캐즘 넘는 K-배터리 3사, 차입금 50조원 육박 속 R&D 미래 투자 지속’

입력 2025-05-19 05:00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Chasm) 국면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3사가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실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술 리더십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배터리업계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R&D 투자액은 총 7421억원으로, 전년 동기(6611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SDI는 3570억원을 투입해 R&D 투자액과 매출 대비 투자 비중(11.2%) 모두 3사 중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75억원(4.9%), SK온은 776억원(0.52%)을 각각 집행했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각형·원형 전지, 전동공구·모빌리티용 원형 전지, IT제품용 파우치 전지, ESS 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용량 확대, 제조공정 안정화, 소재 공급망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건식 공정 등 차세대 기술 개발도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스마트폰·e-모빌리티·전동공구용 소형 전지와 ESS 등 다양한 분야에 R&D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뿐 아니라 리튬황,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강화 중이다. SK온 역시 리튬메탈, 전고체 등 차세대 전지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주행거리, 급속충전, 안전성, 가격경쟁력 등 시장 요구에 맞춘 소재·공정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공격적인 R&D 투자와는 달리 실적 개선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1분기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차입금은 49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북미·유럽 등 해외 공장 증설과 기술 투자에 재원을 투입한 영향이다. 특히 SK온은 미국 에너지부의 정부대여금 수령 등으로 차입금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3사는 캐즘 국면에 따라 시설투자에는 일부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만 시설투자액을 소폭 늘렸고, 삼성SDI와 SK온은 투자 규모를 줄였다. 반면 R&D 투자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히 확대하며,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으로 정체를 겪고 있지만, 배터리 기술의 진화와 시장 재성장에 대비해 선제적 R&D 투자가 필수”라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