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정심. 젠지 ‘캐니언’ 김건부를 세계 정상급 정글러로 만들어준 그의 특별한 재능. 하지만 그런 김건부도 협곡의 전령을 탄 채로 미드 1차 포탑을 봤을 땐 돌진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젠지는 1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T1에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젠지는 정규 시즌 개막 14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김건부는 “T1전은 늘 힘든 경기”라면서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이날 1세트 장로 드래곤을, 2세트 내셔 남작을 스틸해내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이라이트 필름도 만들었다. 2세트 16분경 한타 상황에서 핀치에 몰렸던 그는 즉시 협곡의 전령을 소환한 뒤 탑승해 상대의 포위망으로부터 탈출했다. 그러나 짧은 고민 끝에 전령의 머리를 상대 미드 포탑으로 회전, 상대 포탑을 부수고서 장렬히 쓰러졌다. “이건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T1전 직후 진행한 그와의 일문일답.
-라이벌 T1을 잡았다.
“T1과의 경기는 늘 난전을 예상한다. 실제로 오늘도 힘든 경기를 치렀다. 그래도 2대 0으로 이겨서 정말 기쁘다. 싸움을 지기도 했고, 불리한 타이밍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시간대까지 버티면서 코어 아이템을 뽑아낸 게 승리로 이어졌다.”
-T1이라는 팀의 어떤 점을 가장 경계했는지.
“T1은 초반 주도권을 이용해서 빠르게 스노우볼을 잘 굴리는 팀이다. 오늘 1세트에서도 T1이 바루스와 레나타 글라스크의 강한 라인전 능력을 이용해서 2용까지 잘 챙기고 굴렸다. 1세트는 솔직하게 끝까지 어떤 팀이 이길지 예상이 안 됐다. 다만 중후반부터는 한타를 제대로 하면 안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지르와 자야의 화력이 워낙 세서 우리가 정말 못싸우는 게 아니라면 이긴다고 생각했다.”
-2세트에선 첫 드래곤을 스틸한 게 주효했다.
“우리 조합은 진의 성장이 중요했다. 진의 성장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선 드래곤 스택이 필요했다. 스틸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서 스틸을 시도해봤다. 1데스 정도는 이후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1세트 장로 드래곤, 2세트 내셔 남작 등 강타 싸움에서 전부 좋은 결과를 냈다.
“오늘 강타 싸움이 특별히 잘 됐다기보다는, 판테온이 강타 싸움에 강해서 이긴 것이다. 내 생각에 판테온이 다른 티어 정글러들과 강타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90%는 된다. 혜성의 창(Q)이 강타 싸움에서 정말 좋다. 누누나 이블린 정도는 돼야 판테온 상대로 강타 싸움을 이길 수 있다. 2세트 바론 강타 싸움도 웬만하면 이긴다고 생각했다. 스카너를 했던 1세트 강타 싸움은 자야가 강타 싸움에 좋은 챔피언이어서 내가 유리했다.”
-2세트 전령 탈출도 인상 깊었다.
“전령을 타고 탈출하는 그림은 솔로 랭크에서도 자주 나온다. 마침 생각난 김에 전령을 깔고 싸움을 해봤다. 원래 갈리오를 전령에 태워서 살리고 나는 점멸로 둥지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갈리오를 빠르게 잡아서 내가 타고 도망갔다.”
-그대로 탈출하는 듯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꺾어 미드 1차 포탑에 달려들었다.
“이번 패치로 전령이 강해졌다. 포탑에 대미지를 3000정도 가할 수 있다. 전령에 탔는데 미드 1차 포탑이 너무 탐나서 ‘이건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살아서 탈출했을 것 같다. 조금 더 커브를 크게 돌아서 상대 병력 반대편으로 떨어졌다면 살았을 거 같은데 운전 실력이 미숙했다.”
-다음 상대는 한화생명e스포츠다.
“한화생명이 요새 폼(기량)이 좋다. 밴픽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한다. 그 점들에 유의하면서 잘 준비해야 한다. 새롱누 패치 버전은 AP 아이템들이 이것저것 바뀌어서 메타에 영향이 있을 텐데, 그런 점도 고려해서 준비하겠다. 팬분들의 응원에 항상 감사드린다. 슬슬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팬분들께서도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