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지도자도 합격점… 전세계 동료들과 ‘라스트 댄스’

입력 2025-05-18 18:10
김연경이 1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세계 올스타전에서 스타팀을 이끌며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구 황제’ 김연경이 선수로 뛰는 마지막 경기에서 지도자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연경은 1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세계 올스타전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월드팀과 맞붙어 80대 63으로 이겼다. 이날 김연경은 1세트와 3세트는 감독으로, 2세트와 4세트는 선수로 나서며 스타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이 감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후 그의 진로에 대한 궁금증이 잇따랐지만 김연경은 지도자로서의 꿈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다. 대신 시즌이 종료된 직후 소속팀 흥국생명의 비상근 어드바이저를 맡아 한국 배구계에서 행보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감독으로 나선 첫 세트에선 선수들과 능숙하게 소통하며 1세트 20점 고지를 먼저 밟는 데 앞장섰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작전판을 들고 등장한 김연경은 위기 순간 작전 타임으로 적절하게 흐름을 끊어내며 팀을 지휘했다.

2세트에선 익숙한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뛰었던 멜리하 디켄, 에다 에르덴(이상 튀르키예) 등 옛 동료들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스타팀은 2세트에서도 우세를 이어갔다.

3세트에선 다시 코트 밖으로 물러나 열띤 작전 지시를 펼쳤다. 선수들이 득점을 올릴 때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몸이 풀린 스타 팀은 점차 리드를 벌려 3세트를 60-46, 14점 차로 끝냈다.

김연경은 4세트에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세트인 만큼 혼신의 힘을 쏟았다. 안정적인 디그에 절묘한 대각 공격까지 연달아 보여주며 은퇴 선수로서는 무색할 만큼 여전한 기량을 자랑했다. 김연경은 연속 득점으로 17점 차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종료 후 한 데 모인 선수들은 김연경을 들어 올리며 헹가래를 쳤다. 세계 각지의 동료들과 함께 고별 무대를 장식한 김연경은 “배구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라서 더 특별하지 않았나 싶다”며 “어려운 발걸음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천=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