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된 이화여대가 동성애 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교내에서 운영 중인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가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취소하자, 학생과 주최 측은 악성 민원을 수용한 것이 아냐니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계는 “장소 대여 문제를 혐오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건 부당하다”며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무리한 요구”라고 우려를 표했다.
18일 교계에 따르면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임다윗 목사)는 최근 ‘동성애 권력이 모든 것을 압도하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언론회는 “이화여대는 기독교를 창립 이념으로 세운 명문 여자 대학”이라며 “이 학교에서 동성애 영화제를 여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 속에서 동성애 활동이나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동성애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이화여대는 사립학교이며, 그 안의 시설을 사용하는 것도 그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언론회는 “왜 국민들이 동성애 축제하는 것을 염려하고, 대학에서 장소 대관을 기피하는가를 살펴야 한다”며 “이것은 단순히 문화나 예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통해 아직 ‘성 인식’에 대하여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오도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자녀를 둔 부모들과 국민들이 모를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는 ‘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언론회는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태권 확산, 젠더 개념을 통해 남녀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인권의 이름으로 제도화하는 위험한 세상으로 규정한다”며 “과연 동성애를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이고 선한 역할들이 있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를 다음달 20일부터 사흘간 이화여대 내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국내외 동성애 관련 영화 40여편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학교 측은 ‘이화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등의 사유로 대관을 취소했다.
조직위는 이에 “현재도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영화제가 대학 공간에서 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온라인 여론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며 “동성애를 홍보하지 말라는 문구와 함께 유포되는 이 같은 메시지들은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혐오이며 시대착오적 분위기를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