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앙 정치의 한 가운데 서 있지만, 처음 정치판에 도전장을 내밀 때는 자신의 어떤 가치와 어떤 정치적 방향성을 내걸었을까. 수 차례 이어진 도전을 거치며 후보들의 메시지와 이미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국민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과거 선거 공보물과 공약서를 살펴봤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9년 전인 2016년 20대 총선 노원 상계동 국회의원 도전을 시작으로 이번 대선까지 모두 4차례 선거에 출마했다. 그간의 공보물을 보면 이 후보는 하버드 졸업과 봉사 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설립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정책’을 강조했다. 젊은 나이를 내세워 구태정치에서 탈피하겠다는 메시지도 꾸준하다. 또 만화로 공약을 설명하거나, 손편지 형식을 차용하는 등 기존 공보물과는 차별화를 꾀해 왔다.
상계동 반지하에서 하버드까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이 후보의 역대 선거 공보물을 보면 이 후보는 정치 신인 시기 자신의 교육 성공 신화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노원구 상계동 반지하 연립빌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국비 장학생으로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교육 봉사 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만들어 저소득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같은 어린 시절의 경험은 “상계동의 정치인은 아이들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신념과 그의 교육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 후보는 공보물에서 고향에 대한 애착도 부각했다. 2016년 첫 선거 공보물에는 “고향 상계동을 개인의 욕심으로 사용하는 정치인은 없어야 한다”며 “키워주신 상계동을 이젠 제가 키우겠다”고 적혀있다. 또 2018년 공보물에는 7쪽을 할애해 상계동에서 나고 자라 겪은 얘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다만 상계동 스토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지역구를 경기도 화성 동탄으로 옮기면서 공보물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후보는 앞서 노원구 국회의원으로 3번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QR코드·카툰·손글씨… 참신함으로 차별화
이 후보의 공보물은 사진과 글로만 이뤄진 기존 선거 공보물과 달리 참신한 시도를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2018년 선거 공보물은 내용 전체를 컬러 만화로 제작했고, 2020년과 이번 대선 선거 공보물은 곳곳에 QR코드를 첨부해 공약을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24년 총선 당시의 ‘손편지’ 유세 홍보물이다. 이 후보는 “내일을 준비하는 동탄이 당신을 빼놓지 않도록 동탄 주민들께 올리는 글”이라며 공보물 전체를 손글씨와 손그림으로 제작했다. 이 후보가 직접 쓴 자필 편지 형식으로 시작하는 이 공보물은 온·오프라인에서 “진정성 있고 참신한 홍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는 제작 과정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프린트 가게를 찾아다니고, 유권자들에게 직접 발로 뛰며 나눠주며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같은 참신한 전략으로 동탄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 공보물에도 “악필이지만 진심을 전하고자 손글씨체로 인사드린다”며 수제 손편지가 재등장하기도 한다.
“할 말 하는 젊은 정치인”
이번 대선 최연소 후보인 이 후보는 첫 총선 도전부터 ‘젊은 정치인’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2016년 공보물에선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다보스 포럼에서 40대 이하 영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점을 내세우며 “젊기에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해달라”고 적었다. 이번 대선 공보물에도 “프랑스 마크롱, 영국의 블레어, 미국의 오바마처럼 젊은 리더십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정치는 구태정치에서 탈피하겠다는 공약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구태정치 청산은 2024년 공보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지하겠다”며 양당 심판론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이는 제3지대인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차별화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꼽히는 ‘말빨’을 부각하기도 했다. 2011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당시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박근혜 키즈’인 이 후보는 과거의 혁신적 발언을 나열하며 “잘못된 것에 할 말 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약력에는 강적들, 돌직구쇼, 썰전 등 다수의 방송 경력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