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자훈련을 세팅할 때 고려한 것은 시대의 흐름과 우리 교회의 상황이었다. 김포 신도시 특성상 3050세대가 많다. 3050세대는 자녀들이 많은 육아세대로, 교회에 상처가 많거나 가나안 성도가 많으며 맞벌이와 원거리 출퇴근자 또한 많다. 결론은 평일 훈련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과 훈련 시간엔 자녀 돌봄이 필요하다는 점, 훈련의 기간이 길면 안된다는 점 등 여러 한계를 뚫어야 했다.
‘이들을 어떻게 제자훈련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교회를 개척했는데 코로나 펜데믹이 찾아왔다. 감사하게도 이들은 펜데믹을 지나며 말씀을 배우고 싶어하는 갈망을 가지게 됐다. 그것은 제자훈련 하는 교회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작된 제자훈련은 지난 7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 업데이트가 됐다. 그래서 만들어진 지금의 제자훈련은 다음과 같다.
① 접근성 강화
제자훈련의 코스를 개별 로고로 제작해 훈련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들었고, 훈련 내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로고는 모두 개별 디자인 됐지만 퍼즐처럼 모을 수 있고, 모두 모이면 사각형의 완성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이 로고들을 냉장고에 부착할 수 있는 자석으로, 수료증 대신해 준다. 성도들에게 제자훈련의 전통적이고 무거운 이미지를 가볍고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면에서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② 교재 개발
옥한흠(1938~2010)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님의 ‘제자훈련의 단계별 교재’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내게 맞고 내가 가장 잘하는 내용으로 교재를 만들고 싶었다. 7년간 수정하고 보완해서 나오게 된 것이 새가족 기본 교리반(새기교) 교재다. 특히 새기교 교재는 새가족들의 정착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은 아주 쉽고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과감히 삼위일체 교리와 구원과 성화의 교리를 넣어 기독교 기본 교리를 꼼꼼하게 그러나 쉽게 공부할 수 있게끔 내용을 구성했다. 새가족들의 반응도 좋다. 교재는 새가족들이 갖고 있는 말씀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교회 정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다음 다가올 제자 훈련에 대한 기대치를 강력히 부여한다.
③ 대화식 교육
제자훈련의 본질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의무 교육인 새기교와 성장반까지는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지만, 쉐어링 클럽과 제자반은 대화를 통한 교육을 한다.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하는 기본 대화 형식에서 삶을 나누고 공감하는 반응 형식의 대화까지 활용한다. 이 대화식 교육은 성도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소이다. 제자 훈련하면서 같이 웃고 울고 영적인 하나가 된다.
④ 평신도 강사
처음에는 제자훈련 과정이 단순했다. 새기교, 확신반, 성장반, 제자반, 사역반, 목자반 순이었다. 그러나 교회가 급성장 하면서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 대안을 세웠다. 평신도 강사를 세우는 것, 그리고 평신도 강사들이 할 수 있는 과정을 새롭게 개설하는 것이다. 이는 평신도에게 감당하지 못할 영역을 부여해서 교육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참여율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이 대안이 적중했다. 성장반 내용을 바꾸고 쉐어링 클럽을 북클럽과 커피 브레이크로 통합해서 운영했는데 강사에 대한 피드백도 너무 좋았고 성도의 참여율도 대기줄을 설 정도였다.
⑤ 자녀 돌봄
3050 육아세대가 많기에 제자 훈련을 하는 동안 자녀들 케어가 필요했다. 금요 예배 시간에는 우리 유치부, 초등부가 전도사님들의 인도로 동시 예배를 드린다. 주일 제자훈련 시간에는 평신도 돌봄이와 함께 중등부 아이들을 근로장학생으로 임명해서 아이들 케어를 맡는다. 반응도 ‘대박’이다. 중등부 아이들이 열정을 갖고 잘 섬기고 있다.
⑥ 문화 세팅
가장 마지막으로 고민한 점은 성도들을 격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자 훈련이 어려운 분들은 마음 편하게 ‘재수강’을 하는 문화, 모든 성도가 참여해서 ‘대기줄’을 서는 문화, 그리고 어떤 상황으로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천천히’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감사하게도 누군가 소외되고 낙심되는 일 없이 천천히, 그러나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 목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제자 훈련 받는 사람이 많아서 목장 모임에 지장이 있어요.”
앞으로도 제자훈련을 더욱 업데이트해 효과적인 제자훈련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려한다. 이 글이 제자훈련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백성훈 목사는 성결대학교 신학과와 합동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목회자와 예배 사역자, 추계예술대학 평생교육원 겸임교수 및 연세디지털 콘서바토리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김포 이름없는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정리=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