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광주를 방문해 “5월의 정신은 남을 미워하거나 공격하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5·18 민주화 묘역에서 참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광주 시민들은 김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내란 세력 물러가라”며 항의 시위를 했다.
김 후보는 이날 광주교도소 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아픔을 딛고 오늘날 자유와 민주주의가 존중되는 사회를 이뤘다”며 “그 아픔이 승화돼서 더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5월의 정신은 남을 미워하거나 공격하는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희생 위에 꽃 피웠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5월 정신을)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저에게 고함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5월의 아픔을 알겠나”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소리 지르지만 정말 80년 5월을 생각하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김 후보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문을 받고 투옥된 경험이 있다.
앞서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김 후보는 방명록에 ‘오월 광주 피로 쓴 민주주의’라고 적은 뒤 헌화를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호남특별위원장인 인요한 의원, 김기현 양향자 안철수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도 함께했다.
특히 김 후보는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인 박관현 열사 묘를 참배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 후보는 묘비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광주교도소에서 박 열사가 죽은 뒤 제가 들어가서 그 방에서 1년 생활했다”며 “5월을 생각하면 늘 너무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참배 후 5·18 민주묘역 내 자료 전시관도 둘러봤다.
한편 김 후보가 참배를 하는 동안 광주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은 5·18 민주묘지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내란후예 광주방문 반대’ 피켓을 들고 “내란세력 물러가라”고 외쳤다. 한 학생은 “비상계엄으로 5월의 기억을 살려냈던 사람들이 사과 없이 이곳에 오는 게 마음 아프다”며 “내란 공범으로부터 광주를 지키겠다”고 연설했다. 또 다른 시민도 “김문수가 왜 여길 오나”라고 소리치며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광주=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