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광주·전남을 찾아 “호남이 무슨 텃밭이냐. 살아있는 죽비”라고 말했다. 자신과 민주당에 대한 일부 비토론을 확실히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나주 유세에서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고 했다”며 “여러분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 긴 참혹한 군사 정권도 수백명이 억울하게 죽어갔지만 결국 5·18 민주화운동으로 끝장냈다”며 “촛불 혁명에 이어 빛의 혁명으로 폭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권을 끝장낸 것도 결국 호남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첫 주말 전남에서 ‘광주 정신’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패한 사실도 거론하며 “민주당은 호남에 언제나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가 (호남을) 텃밭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앞으로 당의 주요 당직자와 의원들은 그런 말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당내 호남권 순회경선에서 88.69%로 압승해 비토론을 떨쳐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호남 사람’ 발언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어떤 분이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우리 서로 사랑해요’라고 하는 것을 듣고 소름 돋았다”며 “저걸 듣는, 깨어있는 호남인들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했을까”라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전날 전북 정읍역 유세에서도 “여러분이 이재명이 호남사람이어서 사랑해 주십니까. 바르게 일할 사람이면 호남에서 낳았든 제주도에서 낳았든 가리지 않는다”며 한 전 총리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부터 호남에서 민심 다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인 18일까지 호남에 상주하는 일정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