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무 20t 다 타야 완진, 수일 걸려”…연기에 주민 고통

입력 2025-05-17 12:56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대형 화재로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공장 안에 적재된 생고무 20t이 다 타야 진화가 가능해 완진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7시11분쯤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난 불로 직원 1명과 소방관 2명이 다쳤다. 20대 남성 직원 1명이 다리를 크게 다쳐 건물 안에 한때 고립됐다가 오전 8시59분쯤 구조됐다. 또 50대 남성 소방관이 얼굴에 화상을 입고, 30대 남성 소방관도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조업 중이던 직원 400여명은 대피해 추가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건물은 타이어 원재료인 생고무와 화학 약품을 혼합하는 정련 공정으로 알려졌다. 고무를 예열하는 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주변의 가연성 물질에 옮겨붙었다. 직원들이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불이 커지면서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건물은 붕괴가 시작됐고, 불길은 옆 건물로도 번졌다. 옆 건물 안에는 위험물질이 보관돼 있어 소방대원들이 언제든 탈출하도록 준비한 상태로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불 시작된 금호타이어 공장 내부. 연합뉴스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를 완전 진압하기까지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불이 난 건물 안에 생고무 20t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보관돼 있었는데 고무 재질 특성상 적재물이 완전히 불에 타야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국은 장시간 진화에 대비해 소방용수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자연수를 활용하고자 산림청 헬기를 지원받아 인근 강물을 화재 현장에 살포하고 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용수 부족을 우려해 인근 주민들에게 수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안전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보건용 마스크가 지급됐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공장 인근 소촌동·송정동·선운지구 32개 아파트 주민에게 방진 마스크 1만개를 긴급 지원했다.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와 광산구는 화재 초기 안전문자를 발송해 창문을 닫고 외출 자제 등을 요청했다. 당국은 연기를 피해 대피하는 것보다 문을 닫고 집 안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별도의 대피 명령은 내리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현장 수습이 끝날 때까지 광주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화재 현장과 불과 1㎞ 떨어진 광주송정역도 여파가 우려되나 아직 KTX 등 열차 운행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