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미국의 명문 영화학교 졸업식에서 가진 연설에서 “20여년 전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예술성에 감탄했고, 그들이 위대한 영화감독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영화예술학교 졸업식에 연사로 초청받아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건넸다. 이 부회장의 연설은 졸업식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USC 영화예술학교는 ‘스타워즈’ 시리즈 제작자 조지 루카스 등 유명한 영화인들을 다수 배출한 영화·예술계의 명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미 영화·미디어업계 거물인 도나 랭글리 NBC유니버설 엔터테인먼트·스튜디오 회장의 소개로 연단에 올랐다.
랭글리 회장은 이 부회장이 과거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에 초기 투자해 지원한 것을 언급하며 “제프리 카젠버그(드림웍스 공동창업자)는 ‘이 부회장이 없었다면 드림웍스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로서 5년 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을 두고 “위대한 ‘예술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국경과 대양을 가로질러 다리를 놓는 문화 연결자 역할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연단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 서게 돼 진심으로 영광스럽다. 내 삶의 여정과 나를 이끌어준 가치들을 공유하고 싶다”면서 자신이 삶에서 배운 교훈으로 겸손과 회복력, 자비심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동기 친구들의 절반 이상이 시골의 작은 마을 출신으로, 수많은 과외 수업을 받은 자신과 달리 스스로 공부하며 여러 장애물을 극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내가 매우 작게 느껴졌고, 매우 겸손해졌다"고 돌아봤다. 이런 경험을 계기로 그는 "더 열심히 노력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헤어질 결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설국열차’ ‘기생충’ 같은 명작들은 수년간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했다”면서 “한 번은 보험회사가 ‘그 감독은 너무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해서 영화 완성을 내가 개인적으로 보증해줘야 했다. 나는 그 작품이 부채(liability)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들이 서로의 작품을 존경하고 서로를 지원하며 젊은 영화인들을 키워내는 모습을 봤다. 이는 모두 자비심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이런 가치들이 여러분에게 힘을 주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