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원딜 차이가 났다고 느꼈다”

입력 2025-05-16 22:37
LCK 제공

자존심이 센, 세야만 하는 프로 선수로서 경기에서 상대보다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더 배울 것이 생기고, 기량 발전의 발판이 마련된다. 우선 DN ‘버서커’ 김민철은 그 단계를 넘어섰다.

DN은 1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젠지에 0대 2로 패배했다. 지난 11일 농심 레드포스를 잡으면서 개막 11연패에서 벗어났던 이들은 다시 1패를 추가, 1승12패(-19)가 됐다.

두 세트 모두 완패를 당했다. 1세트는 25분 만에, 2세트는 24분 만에 넥서스를 내줬다. 정민성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디테일의 차이가 많은 것을 갈랐다고 총평했다. 아울러 라인전 체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짚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민철은 맞상대 ‘룰러’ 박재혁과의 “원딜 차이”를 인정했다. 그는 “솔직히 LCK로 오고 나서 원딜 차이가 이렇게 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배울 점이 많았다. 돌아가서 경기를 복기하면서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0킬 대 0데스였다. 김민철은 이날 1세트 0킬 2데스 0어시스트, 박재혁은 8킬 0데스 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세트에서도 김민철이 0킬 3데스 0어시스트를 하는 동안 박재혁은 8킬 0데스 1어시스트를 쌓았다. 물론 양 팀의 전력 차이가 컸다고는 하나, 선수는 기량 차이를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그는 “물론 라인전부터 내가 실수를 한 부분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박재혁이) 자그마한 실수 하나하나를 캐치해서 서서히 격차를 벌려 나갔다. 싸움도 잘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도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재혁은 많은 원거리 딜러 프로게이머의 롤 모델. 사소한 듯해 보이는 움직임에도 많은 의도와 셈이 담겨 있다. 김민철의 인터뷰를 전해 들은 그는 “조언까지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늘 게임을 할 때 내가 뭘 해야 최선일지를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 땀 한 땀 견제를 하든지, 미니언 한 마리를 못 먹게 하는 게 쌓여서 많이 (스노우볼로) 굴러간다”며 “그런 걸 많이 하다 보니까 (김민철은) 차이가 많이 났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법이다. 지난 14일에는 DRX ‘스펀지’ 배영준이 디플러스 기아에 패배한 뒤 “‘루시드’ 최용혁 선수가 잘하더라. 정글 차이가 났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모자람을 인정하는 것, 곧 성장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