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핵 프로그램’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을 추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지난달 24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34)씨에게 추징 명령을 선고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정씨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온라인 FPS 게임의 핵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가 이 기간 벌어들인 수익만 3억8000여만원에 달한다.
게임 핵은 온라인 게임상 설정된 데이터를 임의로 변경해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는 프로그램이다. 검찰은 정씨에게 게임산업법 위반뿐만이 아닌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게임 핵 사용자들이 정씨로부터 프로그램을 구매해 게임사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정씨가 그들의 공범이라는 것이다.
1·2심 재판의 쟁점은 범죄 수익에 대한 추징 가능 여부였다. 1심 법원은 정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판매대금 총액 중 1억4441만원에 대한 추진 명령을 선고했다. 1심은 옛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근거로 추징을 명령했는데, 이 법에서 규정하는 추징 가능 범죄 목록에 업무방해가 포함되므로 정씨의 수익도 추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추징 명령을 취소했다. 업무방해 자체는 ‘핵 프로그램 사용’으로 발생한 만큼, 핵 프로그램을 판매한 행위를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피고인과 핵 프로그램을 구매해 이용한 게임이용자가 함께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면 피고인이 취득한 핵 프로그램 판매대금도 업무방해죄에 의해 취득한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 대상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