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김상욱 무소속 의원을 유세 차량에 세워 “가짜 보수를 진짜 보수로 바꿔보려고 노력하다가 쫓겨난 김 의원을 환영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와 김 의원의 대면은 이날 오전 이 후보의 전북 익산역 앞 동부광장 유세 현장에서 이뤄졌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 의원이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김 의원에게 전화해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오전 10시쯤 익산역 도착해 역 앞 광장으로 이동, 전용기 민주당 의원 등 당 관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습도 77%를 웃도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인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김상욱 파이팅” “김상욱 민주당 의원” 등을 외치며 환영 인사를 전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열심히 뛰어달라”고 소리치지는 지지자를 향해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 후보는 오전 11시쯤 광장에 도착해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했다. 약 45분간 연설을 이어가던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힘은 보수 정당으로 불려왔지만 실제 내용은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수구, 반동 집단이 됐다”고 날을 세웠다. 국힘의 극우화를 주장하며 ‘극우 정당’ 프레임을 다시금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힘 내에서) 가짜 보수를 진짜 보수로 바꿔보려고 노력하다가 사실상 쫓겨난 사람이 있다. 박수로 환영해 달라며 김 의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자신이 꿈꾸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우리 민주당 안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연단에 올라 밝은 표정으로 이 후보와 악수한 뒤 포옹을 나눴다. 그는 이후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익산에서 시민 여 분들을 뵈니 힘이 난다”며 “대한민국 미래가 제대로 다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사람들 특징은 일을 안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이들은 일하는 게 귀찮고 싫으니 진영을 나눠 진영에서 보호받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사람들은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도구로 보는 것”이라며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면 진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보수 진보는 진영이 아니라 기능에 관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깊이 생각하고 연구한 결과 이 후보가 보수 가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보수의 기능과 역할에 부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후보야말로 우리나라의 안정과 질서, 법칙, 민주주의를 지키고 공정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실천한 분”이라며 “이 후보는 참된 보수주의자면서 참된 진보주의자”라고 강조했다. 또 “진영 갈등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의 대통령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김 의원이 민주당에 와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실현해나가길 바란다”며 재차 격려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가 지금까지 정상과 비정상이 경쟁했다”며 “비정상 이권에 매몰된 채 정치권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가짜 보수, 참칭 보수가 보수라고 불려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이 후보 유세 지원을 본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에도 자리에 머물며 김 의원 이름을 연호했다. 김 의원은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은 이날 유세 현장에 3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익산=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