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은혜의 결혼식 2

입력 2025-05-16 12:03

H 자매는 기약 없이 피신한 어머니를 원망하며 서러워했다. 자신을 낳아 삼십여 년 키워준 엄마가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다 못해 결혼식장에 불참하겠다며 미국 작은 딸 집으로 가버렸으니.

떠나시기 전에 나도 어떡하든 그 어머니를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워낙 단호한 성격이라 본인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반신 마비의 몸으로 자신의 전도를 받아 하나님의 아들로 거듭난 신랑 후보는 새 생명을 찾게 된 감동 속에서 구속받은 확신에 벅차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바꿔준 자매를 아내로 삼겠다는 거룩한 결단에 어머니는 결사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었다.

어쨌든 나는 결혼식 전에 피부 손질은 한 번이라도 하는 것이 신부의 자세이며 신랑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었다. 자매는 결혼식 날 꼭 내 손길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싶었다는 자매에게 그날 온 마음을 다해 꾸며 주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음과 양의 만남이며 금성과 화성의 만남이다. 늪이 없는 숲이 없듯이 그늘이 없는 빛이 존재할 수 없다.

자연 세계인 사계절도 우리에게 깊은 경륜을 일깨워서 해준다. 비바람 눈보라 없이 한 그루 나무가 자라겠는가. 하나님도 풍성한 열매를 얻기 위한 피땀의 노력 없이 하나님의 섭리만 기대하는 무모한 사람으로 우릴 창조하지 않으셨다.

사람을 지으시고 좋았더라고 하신 하나님은 이들 두 부부를 통하여 영광 받으실 것을 이미 예정하셨음이 확연히 믿어졌다. 두 사람은 절대 흔치 않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만날 때마다 숙연해지곤 했다. 결혼 조건으로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신체적 건강은 결혼을 꿈꾸는 남녀에겐 상식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애정관과 결혼관, 인생 철학은 남달랐다.

평범한 사고를 하는 건강한 연인끼리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결혼식을 통과했더라도 진정한 부부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커플을 많이 보아 왔다. 가장 큰 부분이 성격 차이이며, 성장 과정에서부터 가정환경의 문화 차이에서 이질감의 벽을 깨지 못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둘이 하나가 되는 이 문제는 먼저 영육이 하나 됨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들 두 연인처럼 단번에 온전한 사랑의 한마음이 된 경우이다. 두 사람이 하나님의 구속 은혜 속에서 감격과 감동으로 한 덩어리가 된 경우이다. 단번에 한 줄의 동아줄을 함께 붙든 성숙한 신앙 철학을 가진 이들은 나를 감동하게 한 부부였다. 처음부터 죽음이 아니고서는 나누어 놓을 수 없는 든든한 동아줄을 잡은 딸에게 계속 헤어지라고 요구하는 그 어머니는 그 아버지의 믿음과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H 자매는 행복해하면서도 자주 눈길을 떨어뜨렸다. 떠오르는 엄마의 얼굴에 야속함을 호소하는 것인지, 결혼식에 불참하겠다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의 무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던지, 계속 눈시울이 젖었다. 메이크업 시간에도 눈물이 쏟아지려 해서 참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엄마는 결혼식 시간을 체크하면서 딸의 앞날에 불상사가 없길 기도하고 계실 것’이라며 신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엄마는 딸 편이고 엄마의 사랑보다 더 진한 사랑, 더 희생적인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매를 위로했다.

“결혼식 날, 엄마까지 함께 울며 눈물바다가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지금 기도원에서 기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다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시댁에는 아들만 7형제라고 하였다. 신랑이 막내아들이라는데 결혼식장에는 큰형만 참석했다. 행여 그 가족이 결혼식장에서 행패라도 부릴까 염려하던 권사님의 걱정과는 달리 어려움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다.

그날 결혼식장에서 여기저기 훌쩍이는 모습은 성도들의 애절한 간구를 의미하고 있었다. 신부 아버지가 딸을 안고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부디 행복하길 바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기도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로마서 8:1)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할 우리가 속죄함을 입었으니 그 구원의 확신을 붙들고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라면 그 어떤 고난과 처절한 육신의 결함까지도 감사함으로 하나님의 선물로 받겠다는 결단으로 서로 결혼을 결심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두 마음이 하나 되어 하나님의 구속 은혜 속에서 감격과 감동으로 한마음이 된 것이다. 성숙한 신앙 철학을 가진 이 두 젊은이는 나를 감동하게 한 부부였다.


<나를 깨우는 새벽종>
- 김국애

창공을 가르고
울려 퍼지는 새벽종소리
파~ 아란 바다 위를 맴돌다
하늘 천체에 기치를 올리고
우거진 숲으로 가라앉는다
썰물에 휩싸여 몸을 굴리며
정결한 세례식으로 거듭나는
금모래들의 소곤거림은
바닷물위에 찬양으로 출렁인다
어제의 묵은 허물을 벗어난
한 방울 영롱한 새벽이슬

떨어져 머물 곳을 아는 것일까,
잠든 영혼을 깨우는 새벽 종
수만 섬 모래알속에도
천부의 마음이 들어있다
들물과 날물을 오르내리는
파도의 출렁임은 바다의 합창이다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
흔들어 보면 드러나고
후려쳐 보면 알게 된다
적막을 밀어내는 희망의 메아리
울림으로 나를 깨우는 새벽종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