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15일 이스탄불 협상 무산… 16일 재개한다지만 성과 비관적

입력 2025-05-16 10:41 수정 2025-05-16 10:46
블라디미르 메딘스키(왼쪽에서 두 번째) 수석대표를 비롯한 러시아측 협상단이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년 만에 다시 양자 협상을 하기로 했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다. 두 나라 정상간 직접회담은 불발됐고, 양국 협상 대표단의 만남도 애초 예정했던 15일(현지시간)에서 16일로 연기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측 협상단 수석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15일 텔레그램을 통해 “내일 아침 정확히 오전 10시부터 우크라이나 측이 회담을 위해 도착하길 기다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 대표단은 대통령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와 조건 없는 양자 회담을 하려고 오늘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6일 오전 10시부터 회담을 시작한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된 일정인지 확실하지 않다.

전날 예정됐던 양측 협상도 무산됐다. 전날 오전 10시 시작된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양측 모두 회담 시간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밝혔고, 오후 늦게까지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튀르키예 외무부의 온주 케젤리 대변인은 16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대화가 성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대표단의 임무가 휴전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번 대화가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에 있으며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고 말해왔다. 2022년 3월 결렬된 당시 협상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 인정 등 사실상의 항복을 요구했다. 러시아가 이같은 요구를 고수한다면 협상이 진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 이번 협상의 물꼬를 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제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환영하며 정상끼리 만나자고 역제안했다.

중동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16일 이스탄불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때 3자 회동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4일 협상단을 발표해 정상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도 15일 협상 대표단만 파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젤리스키 대통령은 튀르키예 수도 수도 앙카라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러시아는) 이번 협상에 충분히 진지하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우리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러우 회담에 대해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16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면서도 러우 간 협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나의 판단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