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이 자신을 낳아준 생모를 찾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보육원(당시에는 고아원)과 입양기관을 찾아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찾는 영상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해외입양인은 생모와 생부를 찾을 수 없었고 슬픈 얼굴로 성장한 국가로 돌아가는 모습에 나도 함께 울었다. 며칠 뒤 보육원을 퇴소한 한 청년이 나에게 해외입양인 영상을 봤냐고 물었다. 내 슬픈 느낌을 나누었더니 돌아온 청년의 말이 충격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입양인이 자신의 생모를 찾지 못하는 장면을 보고 함께 슬퍼하면서 보육원을 퇴소한 고아들이 자신의 생모를 찾지 못하는 것에는 이토록 무관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 청년은 자신들도 출생 비밀을 알고 싶고 생모를 찾고 싶어서 수많은 노력을 했는데 많은 해외입양인처럼 생모와 생부의 정보를 찾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더 슬프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고 한다. 해외입양인들은 입양해 주신 부모가 있고 대부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양육하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생모를 찾지 못하는 것은 슬퍼하면서 고아로 보육원을 퇴소한 자신들은 부모도 없고 가정을 이룰 힘도 없고, 사회적 편견이 너무 커서 고아라는 배경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함께 슬퍼하며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육원 퇴소생’ 또는 ‘자립준비청년’으로 불리는 청년들의 외로움과 어려움, 슬픔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려서 해외입양된 이들은 한국에 대한 기억도 연고도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8세 이상 나이에 해외로 입양된 이들은 보육원과 그곳의 친구들을 기억한다. 그들이 성인이 돼 한국을 방문하고, 자신들과 함께 보육원에서 자란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서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았는지 인지한다. 그들이 모여서 2016년 ‘LBTO(Love Beyond The Orphanage)’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매년 장학생을 선발해 대한민국의 자립준비청년들을 지원한다. 모임 초창기부터 통역 및 해외입양인과 자립준비청년들의 가정체험을 담당했던 우리 가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LBTO 장학생들의 명절 행사를 직접 주관했고 덕분에 많은 청년과 깊은 교제를 나누며 그들의 깊은 아픔을 알게 되었다.
여러 이유로 ‘원가정에서 분리된 아동들’ 대부분 입양도, 가정위탁도 되지 못하고 있다. 입양할 가정도, 위탁할 가정도 대상 아동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 대부분이 보육 시설에서 18세 또는 24세까지 양육되고 사회로 나온다. 고아들의 외로움과 두려움, 슬픔을 누가 도울 수 있을까. 바로 ‘교회와 성도들’이다. 감사하게도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의 지원으로 2021년 온누리교회 사회선교본부에서 ‘울타리사역팀’이라는 이름으로 고아 사역을 시작했다.
울타리사역팀에서는 18세 미만의 보육원 아동들을 돌보는 ‘열린울타리’(‘가정의 문을 열어 주세요’라는 뜻)와 18세 이상 30세 미만의 자립준비청년들과 동행하는 ‘푸른울타리’ 사역을 하고 있다. 열린울타리사역은 각 보육원 원장님의 허락하에 1박 2일 외박 프로그램, 당일 소풍 프로그램, 영어, 수학, 음악, 그림 등 학습지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18가정이 고아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있다. 현재 보육원에 있는 1만여 명의 아동들 모두가 성도님들의 가정과 결연되기를 기도한다. 매월 아동들을 위해서 중보기도하고, 함께 예배드리면서 하나님이 그들 삶의 주인이 되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푸른울타리사역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월 1회 정기예배 참석과 월 1회 멘토와 일대일 만남을 요청한다. 그 요청을 완수한 청년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작년에 청년 26명을 지원했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진행한 청년들과의 인터뷰에서 무려 18명이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할렐루야! 참으로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 울타리사역팀 성도님들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올해는 장학생 30명을 선발해서 지원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온누리교회 사회선교본부에서 직접 지원받는 재정의 3배 이상의 헌금을 모금해야 청년들과 약속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 청년들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며 일대일로 동행해 주실 멘토들도 찾아야 한다. 소망하는 것은 청년 30명이 아니라 100명을 모으고, 그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고, 찬양팀을 꾸리고, 복음 사역자로 세우고, 전도자와 선교사로 파송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온누리교회 울타리사역을 섬기는 우리는 참으로 미약하고 미미하다. 우리에게는 상처 많은 그들을 온전히 가족처럼 품을 능력도, 사랑으로 양육할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타리사역이 능력이 있는 것은 그들에게 진정한 아빠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육원에서는 아동들의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예배가 거의 불가능하고,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주일에도 아르바이트하느라 바쁘다. 복음을 들을 수 없는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기도해야 한다. 그들이 당했던 ‘원가정 분리의 아픔’을 품어 줘야 하고,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곁에 있어 줘야 한다. 무엇보다 ‘고아의 영’에 묶인 그들에게 유일한 해답, 유일한 소망이 하나님 아빠임을 기도와 말씀을 통해서 온전히 알려줘야 한다.
하나님은 성경에서 “고아를 돌봐 달라”고 수백 번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간절한 부탁에 부담이 있다면 온누리교회 고아 사역을 담당하는 ‘제이홈’과 ‘울타리’ 사역에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조그마한 섬김과 헌신을 통해서 30배, 60배, 100배 열매가 있을 것이다.
고아를 돌보는 교회와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 아빠의 이름을 높일 것이다. 우리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해외입양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보육시설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하나님의 간절하신 부탁인 고아를 돌봐달라는 말씀에 성도의 가정이 순종했다면 보육원도 해외 입양인도 없었을 것이다.
◆오창화 대표는 온누리교회 고아사역 온누리-울타리팀장으로 섬기면서 ㈜진원무역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다섯 자녀 중에 쌍둥이를 입양하면서 더 많은 고아들이 입양될 수 있도록 입양법 개정 입법활동을 하고 있는 전국입양가족연대 수석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 전국입양가족연대의 활동을 통해서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입양촉진법과 위기임산부와 태아를 보호하는 보호출산법, 베이비박스 아동들이 보육원이 아닌 입양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바꾸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로 지켜진 생명들이 입양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