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건설경기 침체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1%대 저성장 시대, 고금리, 높은 공사비 등으로 인해 금융위기 당시보다 침체가 더 심해질 수 있어 중장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15일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최근 3년(2022~2024년)간 건설수주·건축착공면적·건설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 기준)는 2023년 전년 대비 16.6% 감소해 2008년 –6.1%보다 크게 감소했다. 2024년 3.9% 반등했으나 회복세는 제한적이다.
건축착공면적 역시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1.7% 줄었는데, 2008년 22.2% 감소보다 약 10% 포인트 감소 폭이 확대됐다. 2024년 18.6% 반등은 지난 2년 하락에 의한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건설투자는 2022년과 2024년 각각 전년 대비 3.5%와 3.0% 감소해 2008년 감소 폭인 2.7%보다 큰 폭이 감소세를 보였다.
연도별 미분양(12월말 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역대 최고치(16만5599가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율이 가파르다. 2022년말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년 대비 284.6% 증가했다. 2024년에는 7만173가구까지 늘었다.
최근 건설경기를 더 악화하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우선 ‘뉴노멀’이 된 저성장이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국내 GDP 성장률은 5.8%에 달했고,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3.0%, 0.8%로 급락했다. 하지만 2010년 7% 반등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2022~2024년 각각 2.7%, 1.4%, 2.0%에 그쳤고 2025~2026년도 1%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하도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낮아, 환율이나 외화 유출 우려 없이 신속한 금리인하가 가능했다. 현재는 국내 기준금리가 더 낮고, 물가상승압력과 가계부채부담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해 건설경기 회복을 어렵게 한다. 이밖에 높은 공사비, 주택수요 위축 등이 제약 요인이 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스마트 건설 기술 활성화 등 중장기적 체질 개선과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