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틀 연속 대포를 터뜨리며 타격 슬럼프 우려를 씻어냈다. 빅리그 투수들이 시즌 초 불방망이를 휘두른 이정후를 집중 공략하면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완성형에 가까운 타격 기술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후와 동갑내기인 빅리거 김혜성(LA 다저스)은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정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전날 스리런포를 가동했던 이정후는 2경기 연속 홈구장에서 아치를 그리며 시즌 6호 홈런을 달성했다.
이정후는 이달 초 무안타로 침묵한 경기가 늘면서 부진에 빠졌다는 걱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를 하다 보면 안타를 치지 못하는 날도 있다”며 “이정후는 올 시즌 더 많은 라인드라이브 타구와 홈런을 때려내며 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MLB 관계자들은 이정후의 정교한 타격 능력을 파악한 상대 투수들이 직접적인 승부를 꺼리기 시작한 데 원인을 둔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짧게 소화한 이정후는 MLB 투수들의 눈에 여전히 신선한 타자다. 그의 타격 스타일을 간파하고선 직구보다 변화구, 가운데보다 바깥쪽 공으로 승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후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거나 실투 또는 변화구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노림수로 대처하고 있다. 전날에는 몸 쪽에 붙은 낮은 커브를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이날은 바깥쪽으로 흐르던 체인지업이 정 가운데로 쏠리자 주저 없이 배트를 휘둘러 아치를 그렸다.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는 건 지표로도 드러난다. MLB 통계 전문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이정후가 공이 수평으로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비율은 지난해 18.7%에서 올해 23.4%로 올랐다. 땅에 튕겨서 굴러가는 그라운드볼의 비율은 47.0%에서 40.4%로 감소했다. 안타로 연결될 수 있는 ‘잘 맞힌 타구’가 늘었다는 의미다.
김혜성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2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김혜성은 팀이 2-3으로 뒤진 5회 동점 솔로포를 터뜨리며 MLB 데뷔 첫 홈런을 장식했다. 김혜성의 시즌 타율은 0.304에서 0.360(25타수 9안타)으로 껑충 뛰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