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로는 신앙 전수 불가 “부모의 무릎이 자녀의 교회”

입력 2025-05-15 16:18 수정 2025-05-16 13:37
하남교회 캠핑처치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신앙 전수의 해답을 가정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일 예배만으로는 아이들의 믿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정이 말씀과 기도로 살아나야 자녀의 신앙도 살아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여러 교회에서 시도하는 가정과 교회의 연계 프로그램들은 다음세대 신앙 교육의 간극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속에서 믿음의 추억 쌓기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하남교회 수양관. 안개처럼 비가 내린 이 날 수양관은 산속의 흙냄새와 함께 ‘캠핑처치’ 참가자들이 피운 숯불 냄새로 가득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올챙이를 잡는 데 한창이었다. 우비를 입은 어른들은 달고나와 마시멜로를 구워 먹기 위해 불을 피웠다.

하남교회 캠핑처치

캠핑처치는 경기도 하남교회(방성일 목사)가 2020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가정사역 중 하나다. 올해 사역은 이날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35가정이 참여했다. 성도들은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1박 2일 캠핑을 하며 예배드리고 교회는 캠핑을 즐기는 가정들이 믿음의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장소와 여러 자원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교회가 준비한 보드게임이나 배드민턴 등 운동 도구를 사용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영화를 시청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다음 날인 주일 아침 수양관 강단에서 예배드리며 캠핑처치가 마무리된다. 캠핑처치 팀장 김창희(47) 집사는 “캠핑은 사춘기 자녀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부모와 자녀 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계승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남교회 캠핑처치

자연 속에서 나누는 캠핑은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할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박상혁(45)집사는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같은 교회를 다니지만 몰랐던 이들을 사귀고 가까워지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김하율(15)양도 “캠핑처치에서 친해진 좋은 친구 덕분에 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친한 친구가 있으니 교회를 다니는 게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 하늘꿈연동교회 제공

대화로 이어가는 가정예배

이처럼 자연 속 신앙 체험이 다음세대의 문을 여는 한편 일상의 예배를 통해 신앙을 쌓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수원 하늘꿈연동교회(장동학 목사)는 2017년부터 대화 중심의 가정예배 사역인 ‘가정OM’을 전개하고 있다. OM은 오렌지 미팅(Orange Meeting)의 약자다. 가정의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진리의 빛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합쳐지면 오렌지색이 되는데 ‘가정(사랑)과 교회(말씀)가 만나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이 사역을 기획한 설성호 하늘꿈연동교회 부목사는 “기존의 전통적인 가정예배는 인도하는 부모와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서 대화식 가정예배 형태인 가정OM을 권장한다”며 “이는 예배라기보다 ‘가정 소그룹 나눔’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하늘꿈연동교회는 가정OM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일예배의 설교 본문을 통일한다. 영·유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듣는 셈이다. 이후 가정에서 가정OM을 진행하며 가족 구성들 각자 성경 말씀과 설교를 읽고 들으며 느낀 점부터 말씀을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는지 등을 나눈다. 이외에도 한 주간 많이 생각했던 내용이나 신앙적으로 궁금한 점, 기도 제목 등을 나누면서 함께 기도한다.

장동학 목사는 “각 가정에서 가족 구성이 말씀을 포함해 삶과 신앙적 부분을 정기적으로 나누는 일은 신앙 성숙과 계승에 큰 도움을 준다”며 “이 효과에 주목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교회 전체의 주된 사역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원 하늘꿈연동교회 제공

교회 측은 가정OM에 참여한 가정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나눔방’을 운영해 서로 소통하며 지속해서 동기 부여를 이끈다. 또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도 벌여 피드백을 얻고 보완한다. 이 사역을 가정에 정착하기 어려워하는 교인들이 있다면 소그룹 규모의 상담 모임을 운영해 돕는다.

이 교회의 김정균(40) 정해선(34) 부부는 현재 세 살 된 딸과 함께 꾸준히 가정OM을 하고 있다. 김씨는 “결혼 첫해에는 환경적 이유도 있었지만 형식적인 ‘예배’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결혼 후 1년 동안 가정예배를 드린 횟수가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제는 가정 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부부는 서로 엄청난 수다쟁이들”이라며 “가정OM을 하고 나서부터는 수다의 초점이 세상에서 성경의 단어들로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선한목자교회 제공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말씀 훈련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는 영·유아기부터 성인까지 말씀 중심의 신앙교육을 펼친다. 교회학교 가운데 유치국의 ‘꿀땅’ 사역이 가장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시작된 꿀땅은 ‘꿀이 흐르는 땅’의 줄임말로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풍요의 공간을 가정에 비유한 이름이다.

이진우 선한목자교회 유치국 담당 목사는 “‘꿀이 흐르는 땅’은 단순히 풍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곳, 말씀이 가득한 땅을 의미한다”며 “가정이 하나님과 말씀이 함께하는 곳, 아이들이 말씀을 맛보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 지었다”고 했다.

꿀땅 사역은 주일에 배운 말씀을 일주일 내내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한다. 월요일에는 부모와 함께 주일 말씀을 다시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화요일에는 스티커를 붙이며 말씀 이야기를 다시 듣고, 수요일에는 말씀과 관련된 미술 활동을 한다. 목요일에는 미로 찾기, 숨은그림찾기 등 학습 활동으로 말씀을 새기고, 금요일에는 말씀을 암송하며, 토요일에는 가정예배를 통해 한 주간을 마무리한다. 매달 커리큘럼이 다른데 3년 주기로 순환되는 방식이다. 1월에는 천지창조, 2월에는 아브라함과 이삭 등 핵심 인물이나 정직, 사랑, 용서 같은 주제가 다뤄진다.

선한목자교회 제공

선한목자교회 유치국은 재적 634명 중 60%가량 되는 383명이 꿀땅 연회원으로 참여한다. 매달 평균 70.2%의 어린이들이 꿀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꿀땅의 핵심은 ‘부모 참여’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유아유치부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 교회에서는 ‘꿀땅스쿨’을 통해 부모 교육을 한다. 또한 매달 참여한 명단을 받아 꾸준히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등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이 목사는 “꿀땅을 통해 아이들이 말씀을 한 번 더 읽고 부모에게 질문하면서 부모도 말씀을 더 공부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함께 드리는 예배로 영성 키우기

다음세대 양육을 위해 가정과 교회 사역을 연계하는 대구 침산동부교회(이호진 목사)는 수요예배나 금요 철야에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분기별로 장학금을 주고 금요 철야를 가족 전체가 함께 드리게 하는 방식이다. 이호진 목사는 “주 1회 예배로는 영적으로 역동적인 다음세대를 키우는 데 부족하다고 느껴 이 사역을 시작했는데 사역 이후 아이들의 영성이 훨씬 강해졌다”며 “다음세대를 길러낼 신앙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영적으로 제대로 준비된 다음세대를 길러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역들을 통해 가정은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숨 쉬는 ‘신앙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경진 소망교회 목사는 지난 4일 어린이 주일에서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며 부모의 역할을 했다. 김 목사는 “신앙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반복적이고 진솔하게 이뤄져야 하며 먼저 부모의 삶이 자녀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이 자녀에게 가장 큰 신앙교육이 된다”고 권면했다.

김아영 임보혁 기자, 양평=글·사진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