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도사가 돌아보는 6연패

입력 2025-05-15 11:13 수정 2025-05-15 15:28
LCK 제공

디플러스 기아 ‘베릴’ 조건희가 팀 부진의 원인과 개선 방안을 밝혔다.

디플 기아는 14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DRX에 2대 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6연패를 끊고 6승째를 신고, 5위 사수에 성공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플 기아의 연패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기 후 ‘롤도사’를 만나 디플 기아가 그간 겪었던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조건희와의 일문일답.

-길었던 6연패에서 탈출했다.
“우선 연패에서 탈출해 기쁘다. 오늘 2세트도 정말 이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상대 사이온이 완전 태산이더라. LPL은 LCK와 챔피언 티어가 달라서 사이온을 1페이즈 밴으로도 쓴다. 확실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챔피언의 티어가 높은 것 같다.”

-2세트에서 사이온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사이온 대 이즈리얼 구도가 만들어졌을 때 이미 사이온 잡기는 힘들다고 봤다. 이즈리얼은 탱커를 잘 잡는 원거리 딜러가 아니니까. 바텀이 인베이드를 막다가 첫 라인 경험치 손실도 봐서 힘들었다. 하여튼 확실히 사이온이 정말 거슬렸다. 리스크 없이 계속 달려드니까 우리로서는 운영이 불편했다.
제이스 티어에 대한 의구심도 들지만 AL ‘플랑드레’ 리 쉬안쥔 선수가 쓰는 걸 보면서 완전 사기 챔피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스 대 사이온 구도에서 사이온이 방어를 너무 쉽게 할 수 있더라. 라인 클리어가 빠르니까 라인 스와프에도 어울린다. 우리 팀도 ‘시우’ (전)시우가 사이온으로 나르 솔로 킬을 딴 적이 있다. 생각보다 더 좋은 챔피언이 맞는 것 같다.”

-제이스도 ‘플랑드레’가 다시 유행시킨 걸 떠올리면 아이러니하다.
“‘플랑드레’ 선수가 종말의 겨울을 구매하는 탱커 제이스 빌드를 유행시킨 적이 있다. 최근에도 탑 세주아니처럼 신선한 챔피언들을 연구해와서 뽑는 걸 보면 대단한 선수같다. 숨겨진 ‘꿀챔’을 찾는 것도 실력이고, 그런 픽으로 1승·2승을 챙기는 것도 선수의 능력이다.”

-2세트 마지막 장로 드래곤 교전에서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게임이 길어지고 혼전 양상이 계속되다 보니 팀원들끼리도 스펠 체크가 잘 안 됐다. 신 짜오를 마크하고 장로 드래곤을 먹으려고 했는데 내 점멸 쿨 타임이 5초 정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스킬 연계가 제대로 안 됐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우리가 장로 드래곤을 먼저 치는 선택보다는 미드에 힘을 모아서 탈리야 쪽을 뚫어버리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
LCK 제공

-연패가 길었다. 무엇이 문제라고 판단했나.
“다른 선수들도 실수를 한 번씩 하긴 했지만 특히 내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연패하는 동안 우리가 선택하지 않고 상대의 선택을 기다리자는 콜이 많이 나왔다. 나는 우리가 승부를 봐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먼저 싸움을 걸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 또는 불편한 라인 구도가 만들어지고, 그게 이어지면 불리하다고 생각해서 교전을 열어서 라인을 정상화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수동적인 판단이 문제였다는 건지.
“라인을 잘못 서서 불편한 상황이 나오는 건 어느 게임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구도가 지속되면 상대가 사이드 푸시를 하면서 일방적인 이득을 챙긴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라인에 붙어서 교전을 유도하거나, 그쪽에 확실하게 힘을 줘서 상대를 불러야 하는데 그런 플레이의 숙련도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문제점들이 개선되었다고 느꼈나.
“오늘 3세트 때도 불편한 라인 구도가 형성돼서 서로 ‘불편하다’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서포터로서 내가 어디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 고민했다. 바루스가 잘 컸으니까 바루스 쪽 시야를 따주면, 다른 쪽에선 다이브 압박을 받는다. 아직 이런 콜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
아직 2025시즌의 스플릿 2가 막 시작한 시기다. 8분에 등장하게 된 유충이 메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프로들의 운영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모른다. 여기서 앞서나가는 게 중요할 거 같다. 월즈는 아마 스플릿 3로 진행할 텐데 이 또한 남들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