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체감…되돌릴 수 없더라”…버핏이 밝힌 은퇴 이유

입력 2025-05-15 09:16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최근 은퇴를 공식 선언한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결심을 한 배경을 털어놨다.

버핏 회장은 9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고령을 체감했으며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62)이 여러 면에서 자신을 앞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가치투자의 전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이 지난 3일 미국 네브레스카주 오하마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퇴 계획을 밝히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버핏 회장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는 90세가 될 때까지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며 “그러나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이는 정말로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마법의 순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나이가 드는 그날을 어떻게 알겠나”라고 반문한 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균형을 잃거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데 애를 먹고, 신문 글자가 흐릿해지는 등의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후계자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의 업무 수행 속도가 자신을 앞서는 것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버핏 회장은 자신과 에이블 부회장 사이에 ‘에너지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며 “그가 하루에 10시간 동안 해내는 일의 양을 내가 같은 시간 동안 해낼 수 있는 양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그는 일을 처리하고, 경영에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그레그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었다. 버크셔가 그레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 자신은 평생 CEO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도 말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버핏 회장이 사망할 때까지 평생 버크셔 CEO로 남을 것이라고 관측이 나왔었다.

버핏 회장은 “내가 CEO 일을 하는 데에 있어 다른 누구보다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한 CEO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은 나에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은퇴까지 남은 8개월간도 전처럼 일을 할 것이며, 은퇴 후에도 여전히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사무실에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매일 기분이 좋다는 점에서 내 건강은 괜찮다”며 “집에 앉아서 연속극을 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특히 나이와 관계 없이 시장 등락에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로서 자신의 능력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20년 전이나 40년 전, 60년 전에 결정을 해오던 일들에 대해서 지금도 결정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며 “나는 시장에 패닉이 오면 쓸모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주식) 가격이 떨어지거나 모든 이들이 겁을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의 기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60년간 버크셔를 이끌어 온 버핏 회장은 2026년 1월 1일자로 에이블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다만 버크셔 이사회 회장으로는 계속 남을 예정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