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국가안보회의(NSC)는 끝났다”…트럼프, 백악관 NSC 대개조 계획

입력 2025-05-15 06: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함께 한 행사에서 축구공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해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갈 것이라고 미국 CNN과 NBC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SC가 안보 정책 조정 기구 역할을 하는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성격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NSC가 향후 며칠 내에 직원 감축과 최고위급에 의사 결정이 집중되는 하향식 강화 등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나면 NSC의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인사는 CNN에 “우리가 알고 있는 NSC는 끝났다”고 말했다. NSC는 외교 정책을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트럼프가 지시하는 사안을 그대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NBC방송에 “루비오 장관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놀라운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백악관에서 그의 리더십 아래 NSC는 최대한의 효율성과 외부 기관과의 조율을 보장하기 위해 간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NSC의 역할을 점점 축소했다. NSC 직원 규모는 조 바이든 정부 말인 올해 1월에는 300명 정도였지만,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절반 정도로 규모가 줄었다. NSC에서 국가 안보 의제를 논의하는 회의 자체가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최우선으로 신원 조회를 하면서 NSC 구성 자체가 지연됐다. 또 일부 직원들은 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물론,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 최측근 참모들도 NSC의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고 CNN은 전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백악관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NSC를 관료주의적 장애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튀르키예 안탈리아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최근 마이크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그 자리를 겸임하면서 NSC의 위상이 더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왈츠 전 보좌관은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공격 내용을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 공유하고 기자까지 실수로 초대하면서 트럼프의 분노를 샀다.

‘북한통’으로 알려진 알렉스 웡 NSC 부보좌관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CNN은 “알렉스 웡은 루비오 체제에서 당분간 NSC를 이끌더라도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트럼프 1기 당시 북한과의 관여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그를 유임시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NSC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현재 150명 수준인 직원이 50~6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감축되는 인원은 해고하지 않고 다른 기관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NSC 업무 일부를 국무부나 중앙정보국(CIA)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루비오 장관도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나 세르지오 고르 백악관 인사국장이 주도하는 개편을 따라가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NSC는 트루먼 정부 때인 1947년 설치됐다.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국무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NSC 규모는 점점 커져 케네디 정부 때는 20명 정도였으나 오바마 정부 때인 2010년에는 370명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의회는 2016년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숫자를 200명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