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중도 포기하게 만든 ‘고령 리스크’가 사실이었음을 보여주는 책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CNN의 제이크 태퍼와 악시오스의 알렉스 톰슨, 두 저널리스트가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백악관 생활에 대해 잘 아는 200명 이상을 인터뷰해 쓴 책 ‘오리지널 신(Original Sin·원죄)’이 다음주 미국에서 출간된다.
이 책에 따르면, 바이든은 오래된 보좌관과 장관들, 친구들의 이름을 잊어버리곤 했다. 그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자비에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을 혼동한 적도 있다.
저자들은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기 전인 작년 6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후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썼다. 클루니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15년 전부터 바이든과 알고 지낸 사이였다. 바이든은 2022년 12월 백악관에서 열린 케네디센터 메달 수여 행사에서도 클루니와 만나 악수를 나눴는데 1년 반 만에 재회한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클루니는 그 다음 달인 작년 7월 NYT에 바이든의 재선 포기를 촉구하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클루니의 당시 기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공론화하고 대선후보직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의 신체 능력도 2023~2024년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특히 척추가 심각하게 퇴화하면서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졌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바이든의 휠체어 사용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보좌진과 측근들은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휠체어가 필요할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마이크 퀴글리는 바이든의 신체 능력이 자신의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실 때 본 모습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노쇠한 대통령의 업무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로 제한했다. 또 대통령 연설을 짧게 하도록 했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이동하는 거리도 최대한 단축했다. 동영상을 만들 때는 바이든이 실제로 얼마나 느리게 걷는지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슬로 모션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책은 바이든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 백악관 보좌진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신체·정신적인 쇠퇴를 숨기고 재선 도전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숨겼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공격했다. 책은 바이든의 인지적 신체적 약점이 드러나자 “정치국”이라고 불렸던 바이든의 핵심 보좌관 그룹이 대통령을 감싼 후 정보의 흐름을 통제했다고 전했다.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남편의 노쇠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와 관련한 백악관 내부 논의를 눌렀고, 남편의 의사결정에 더욱 많이 관여한 것으로 묘사됐다.
저자들은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원죄는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하기로 한 결정이었다”며 그 결정 이후 “바이든의 인지력 저하를 숨기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썼다.
또 “민주당의 백악관의 참모들이나 국회 지도자들 중 누구도 바이든의 두 번째 출마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또는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인사들은 상황을 크게 잘못 판단했거나, 문제를 인식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