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 의약품 가격 인하 등 진보 정책을 연이어 추진하고 나섰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장기적으로 공화당의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를 반영한 정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날 발표된 의약품 인하 행정명령이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를 두고 미국 내 대표적 사회주의자 정치인으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원이자 샌더스의 열렬한 팬인 두 자녀에게 정책을 설명하자 눈물을 글썽였다”고 말했다.
실제 샌더스 의원도 “미국 국민이 처방약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라며 트럼프 정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트럼프는 지난주 연봉 25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개인의 최고 소득세율을 37%에서 39.7%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세금 인상에 반대해 온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외에도 트럼프는 연방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규제 강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대한 우대 혜택 폐지 등도 언급하고 나섰다.
FT는 “트럼프가 세금과 건강 정책에 있어 입장을 바꾼 것은 관세 및 경제 침체 우려로 인한 시장 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그는 관세 계획도 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가 공화당을 기업이 아닌 노동자 중심 정당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같은 전환이 성공적일 경우 2026년 중간선거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당시 부유층 감세 정책 등의 역풍으로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바 있다.
샌더스의 보좌관 출신인 리즈 판코티는 “트럼프는 이런 것들이 인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트럼프는 인기가 많아지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FT는 “트럼프가 샌더스 스타일의 포퓰리즘을 옹호하는 태도를 지속할진 올해 말 분명해질 것”이라며 “그가 제약 회사에 대한 단속 계획을 고수하고 부유층에 대한 고과세를 포함한 선호하는 세금 조치를 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