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구 선교 지도자들, 협력 기반 구축해 선교 주도해야”

입력 2025-05-14 17:46
세계 선교 관계자들이 지난달 파나마의 메가폴리스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코알라 국제회의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KWMA 제공

서구 교회 중심의 선교 사역이 침체하는 가운데 과거 선교 대상지였던 비서구권 교회가 적극적인 선교 사명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권 등 다수세계(MW·Majority World) 교회 간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본격화하고, 이런 움직임에 서구 교회도 동참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파나마에서 3일간 열린 ‘제3차 코알라 국제회의(COALA 3.0·Christ over Asia, Latin America and Africa)’에서도 다수세계 선교운동의 비전과 협력 방안이 주된 논의 주제였다.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코알라 2차 대회에서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서구교회에 감사하되 서구 기독교가 쇠락의 길을 걷는 이유, 기존 선교 방식의 강점과 약점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화융 말레이시아감리교회 명예감독은 이번 회의 기조연설에서 더 적극적이고 분명한 방향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 다수세계 교회가 선교 사명의 주체로 적극 나설 것, 수혜자 의식을 버릴 것, 물질적 지원으로 인한 선교 왜곡을 경계할 것, 지역을 초월해 상호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의견 중에는 다수세계 선교운동의 방향을 찾는 것이 서구 선교 구조와 경쟁하는 데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남미선교협의회 코미밤(COMIBAM)과 이번 대회를 공동주최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노성천 협동총무는 “다양한 문화와 교파가 공존하는 다수세계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공통의 토대를 재발견할 때 진정한 선교운동이 가능하다”면서도 “자국의 맥락에 맞는 토착적인 접근을 발전시키되 기존 기관 등 선교 구조를 대체하거나 경쟁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대만 이집트 케냐 등 각지의 교계 지도자 50명이 참석해 지역별 경험과 교훈을 나눴다. 코미밤과 인도선교연합체 인도선교협의회(IMA)가 지역별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큰 성과다. 크리스티안 카스트로 코미밤 사무총장은 “코알라 비전 아래 남반구 교회들이 이루는 첫 대륙 간 공식 협력”이라며 “라틴아메리카 교회와 인도 교회가 서로 지역에 선교사를 보내고 훈련과 사역을 돕는 길을 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영국교회 등 서구교회도 동참 의사를 표하고 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영국에서 로잔 국제총무를 역임한 린지 브라운 등 주요 인사들과 세미나 및 회의를 갖고 있는데 영국교회가 코알라 운동에 동참 의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선교사가 나오지 않으니 비서구가 선교를 하자’는 일에 서구교회가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이다. 강 사무총장은 “코알라 운동이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 다수세계 주도의 연합 선교를 위한 촉매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4차 코알라 국제회의는 내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강 사무총장은 “오는 10월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복음연맹 총회 기간 중 ‘COALA 3.5’로 명명된 별도 트랙 모임을 갖고, 전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자리에서 코알라의 사역과 비전을 나눌 예정”이라고 꼬집었다.

세계 선교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나마의 메가폴리스호텔에서 열린 제3차 코알라 국제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WMA 제공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