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이 섬김을 낳다, 개척교회에서 피어난 선순환의 기적

입력 2025-05-14 15:24 수정 2025-05-14 16:30
김성락 목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 맛있는교회에서 새신자 사진이 붙은 벽면을 보여주고 있다. 남양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개척 목회자를 돕는 십시일반으로 세워진 교회가 거룩한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진접의 한 상가 5층. ‘맛있는교회’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띄었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김성락 목사를 만났다. 김 목사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하얀색 문 앞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문 아래에는 ‘문이 부서지기까지 온몸으로 교회를 세운 성도들 헌신의 흔적입니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교회 천장 페인트칠을 도와주시던 집사님 한 분이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문의 일부가 깨졌죠. 그 순간 모두가 놀랐지만, 오히려 그 흔적이 우리 공동체의 헌신을 상징하게 됐어요.” 김 목사는 교회가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의 헌신으로 세워졌음을 기억하기 위해 부서진 문을 수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도의 헌신을 기억하는 글귀가 지난 13일 맛있는교회 입구에 있는 하얀색 문 아래에 적혀있었다.

맛있는교회는 개척 3년 만에 성도 100명 규모 교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절박함과 기적의 연속이었다. 김 목사는 팬데믹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시기에 교회 개척을 결심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적은 자금에 마땅한 공간도 없었다. “주님, 공간을 찾지 못하면 개척을 그만두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김 목사는 매일 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도했다. 당시 그가 가진 자금은 보증금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했지만 건물주인은 계약금만으로 교회 개척을 허락했다.

교회를 공사하는 과정에도 기적과 같은 만남은 계속됐다. 김 목사의 개척 소식이 알려지자 이름만 알고 지냈던 선배 목회자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이들은 “내가 개척할 때도 누군가 이렇게 도와줬지”라며 자신들이 받았던 도움을 김 목사를 통해 베풀고자 했다. 이들은 두 달여간 교회 사역을 마치면 이곳 공사현장에서 땀을 흘렸다.

도움의 손길은 비단 동료 목회자뿐이 아니었다. 11년 전 청소년부로 지도했던 학생들이 장성한 청년이 돼 건축 작업에 참여하거나 개척 전 사역했던 교회 성도들도 교회 공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 교회는 수많은 성도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를 세울 때 필요한 자재와 악기, 가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돼 채워졌다”고 덧붙였다.

김성락(오른쪽 아래) 목사와 건축봉사팀 팀원들이 2년 전 경기도 의정부 등대교회(백현수 목사)에서 공사를 마치고 웃고 있다. 김 목사 제공

김 목사의 이러한 경험은 ‘도움받은 만큼 또 다른 교회를 돕는다’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김 목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교회를 찾아다니며 건축 봉사를 하고 있다. 맛있는교회가 세워진 이후 건축 봉사에 뜻이 있는 목회자를 중심으로 팀 ‘렛츠드림’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 목사가 참여한 교회만 7~8곳이 된다. 김 목사는 “개척 과정에서 내가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개척교회나 재정,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교회에 내 수고를 흘려보내고 싶다”고 했다.

감사를 나누고자 하는 김 목사의 마음으로 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공동체가 됐다. 김 목사는 교회에 탁구대, 보드게임,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비치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으로 교회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이 50여 명이 된다.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나 수업 공간, 기도의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 목사의 포용적 태도에 교회에는 개척 예배를 드린 날부터 지금까지 매주 새신자가 정착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 공동체는 사람처럼 각자마다 그 역할이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교회가 받은 사랑을 이웃과 교회에 다시 흘려보내는 것이 사명”이라고 전했다.

남양주=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