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방어’최경주 “올해는 ‘최경주 아일랜드’ 도움없이 2연패 달성하겠다”

입력 2025-05-14 14:52 수정 2025-05-14 15:50
최경주와 박상현(왼쪽)이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동-서코스 18번홀 앞 '최경주 아일랜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둘은 작년 대회서 연장 승부를 펼쳐 최경주가 우승했다. KPGA

‘최경주 아일랜드’가 있다. ‘한국산 탱크’ 최경주(55·SK텔레콤)의 고향 전남 완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 동-서코스(파71) 18번 홀(파4) 그린 앞을 흐르는 개울 가운데에 있는 가로 2m, 세로 1.5m의 조그마한 섬을 말한다.

채 한 평이 안되는 이 섬이 ‘최경주 아일랜드’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작년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경주가 우승하면서다. 당시 대회서 최경주는 ‘후배’ 박상현(42·동아제약)과 연장 승부를 펼쳤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최경주의 두 번째샷이 약간 두껍게 맞아 개울 쪽으로 향했으나 기적처럼 이 섬에 안착했다. 개울에 빠졌을 거로 낙담했다가 볼이 살아 있는 걸 확인하고 안도한 최경주는 세 번째샷을 홀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 승부를 연장 2차전으로 끌고 가 기어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후 최경주의 고향 완도군에서 ‘완도’라는 이름을 붙여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골프장측은 역사적인 순간을 기린다는 차원에서 ‘최경주 아일랜드’라는 표지석을 세웠다. 자신의 만 54세 생일날(1970년 5월19일생)에 우승한 최경주는 대선배 최상호(70)가 보유 중이던 KPGA투어 종전 최고령 우승 기록(50세 4개월 20일)을 4년여 단축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개막하는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박상현, 최경주, 장유빈(왼쪽부터). KPGA

올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 원)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최경주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최경주 아일랜드’를 찾았다. 역사적 현장을 찾은 건 최경주 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선수들이 행운을 바라는 심정으로 최경주 아일랜드에서 어프로치를 하는 등 작년 대회 역사적 순간을 체험하곤 했다.

최경주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요일(지난 12일)에 현장을 슬쩍 가봤다. 공이 어떻게 거기 멈췄는지, 스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쳤는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했다”면서 “그 섬이 여러모로 나를 살렸다. 올해는 거기서 볼을 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는 대회 2연패에 대한 질문에 “나이가 점점 들어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구질을 바꾸고 근육 운동도 늘리면서 골프는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라며 “타이틀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 긴장되고 부담도 크지만 대회 2연패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작년 대회에서 최경주에게 패한 박상현은 “그 때 상황만 생각하면 아직도 기가 막힌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멋있는 장면이라는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다”라며 “연습 라운드를 하다 잠깐이나마 ‘나도 거기서 한 번 쳐볼까’ 고민했다. 지난해는 아쉽게 준우승했지만, 나에겐 좋은 기억이 많은 대회다. 올해도 훌륭한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출전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열린 포토콜 행사에 참가한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가운데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장유빈, 배용준, 최경주, 박상현, 김민규, 조우영). KPGA

올해부터 LIV 골프에서 활동중인 장유빈(23)은 “모처럼 만에 국내 대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고 설렌다. 전설인 두 선배들과 플레이하게 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라며 “대회를 앞두고 샷감과 퍼트감을 끌어 올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 달라진 모습을 보일 준비가 됐다”고 의욕을 다졌다.

올 SK텔레콤 오픈에는 이들 3명 외에도 한국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그 중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활동중인 배상문(39)과 강성훈(38)도 포함됐다.

여기에 올 시즌 KPGA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우승으로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백준(24·팀 속초아이) 등 2025시즌 우승자들도 총 출동한다.

서귀포(제주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