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는 정말 없는 걸까

입력 2025-05-14 14:27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이번 주 각종 방송사로부터 급발진 관련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은 강릉 급발진 사건의 1심 민사 판결이 어제 있었고 도현이 가족은 패소했다.

앞서 형사 수사기관은 사고 당시 운전자였던 도현이 할머니를 무혐의 처분하였는데, 민사 법원은 왜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는지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었다.

형사에서 친족관계나 여론을 좀 더 고려한 점도 있겠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입증책임의 주체와 정도’의 문제다.

형사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하에 ‘검사’가 피고인의 고의·과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해야 하는데 급발진 의심 사건에서는 이러한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형사 무혐의 처분은 가끔 있어 왔다.

반면 민사 제조물책임법에서는 ‘피해자’가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이 의심 없이 진실하다고 믿을 정도(개연성)’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까지 제조사의 손해배상책임이 확정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즉 이번 사건은 검사가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고, 도현이 가족도 급발진 사고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민사에서 피해자가 개연성을 입증해야 하는 증명책임의 법리가 사실상 패소추정의 원칙처럼 기능하는데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증책임 전환 등 관련 법령 개정과 법원의 입증 정도 완화에 대한 판례 변경이 절실하다.

해마다 급발진 의심 사고가 늘고 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기능 보급으로 인한 자동차의 전자장비화(전장화) 및 고령 운전자 증가로 인한 휴먼 에러(인간의 인식오류)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급발진 사고는 ECU와 같은 전자장비의 고장과 브레이크와 같은 기계장비의 고장이 겹칠 경우와 같이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은 엑셀을 브레이크로 오인하고 밟는 페달 오인사고이다. 그러나 정말 단 한건의 급발진 사고도 존재하지 않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급발진 사고의 존재 여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발진에 사고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줄이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운전자가 페달을 오인해도 긴급 제동 장치 등이 작동하여 급발진을 예방하고, 페달 블랙박스 설치 시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급발진 사고의 존재 여부를 떠나 고 이도현군의 사망과 할머니의 사연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그러나 우리는 시청역 사고의 9분의 사망자와 그 가족들의 사연을 잊어서도 안 된다.

이번 판결이 보통 사람에게 첨단 기술의 결함을 의심 없이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나아가 급발진 사고의 존재 여부에 매몰되기보다는 매주 5건씩 일어나는 급발진 의심 사고의 피해를 예방하고 사회적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