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정부로부터 4억 달러(약 5598억원)짜리 초호화 항공기를 선물 받아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기로 공식화한 가운데 공화당과 극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도 비판과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해당 제안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으니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항공기를 받게 될 경우 “충분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해석이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도 폭스뉴스에 나와 “전용기 문제는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이 그 제안을 거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CNBC 방송에서 “전용기 문제는 스파이 활동과 감시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지지해온 강경 우파들은 특히 전용기 선물이 전 세계 이슬람 무장단체를 지원해온 카타르 왕실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익 활동가인 벤 샤피로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하마스, 무슬림형제단, 알자지라 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선물 보따리를 받는 건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소셜미디어에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를 위해 총알을 맞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 말을 한다”고 썼다. 루머는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의 ‘막후 실세’다.
중동 순방 중인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14일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항공기 선물이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전용기 선물을 ‘뇌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전용기가 미국 정부에 기증된다 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그걸 개인적으로 보유한다고 한다”며 “명백한 뇌물이며, 대가성 금전 거래”라고 비판했다.
전용기 개조에 들어가는 비용과 보안 문제 등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전·현직 미군과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해당 항공기를 대통령 전용기 요구 사항에 맞추기 위해서는 수년의 개조 작업 시간과 수십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작업을 트럼프 퇴임 전에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