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빈다” 트럼프, 독재 정권 무너진 시리아에 제재 해제 전격 발표

입력 2025-05-14 07: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 미국 투자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10여년간 계속돼온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전격 발표했다. 시리아는 지난해 12월 장기독재하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축출되고, 반군 연합을 이끌던 아메드 알 샤라가 새 대통령이 돼 과도 정부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포럼 연설에서 “시리아에 발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시리아에 대한 제재 중단을 명령할 것”이라며 “시리아는 수년 동안 비극과 전쟁, 살육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시리아 간 정상적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첫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이번 주 후반에 튀르키예에서 시리아의 신임 외무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사드 독재정권을 겨냥했던 미국 제재에 대해 “가혹하고 파괴적이었으나 중요한 기능을 했다”며 “이제는 그들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 시리아에 행운을 빈다. 우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4일 알 샤라 대통령과 리야드에서 직접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번 제재 해제 결정에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국민들이 13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해제를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는 트럼프의 조치에 대해 “재건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환영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수천 명이 쏟아져나와 시리아 국기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의 시리아 제재는 수십 만명이 사망한 시리아 내전 당시인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 시리아는 경제·금융 제재와 함께 수출 통제, 대테레 제재 등으로 전방위적 제재를 당했다. 미국은 2012년 시리아와 단교하고 대사관도 폐쇄했다.

하지만 아메드 알 샤라 시리아 과도정부는 “제재는 이전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해제를 요구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아사드 정권 붕괴를 환영하면서도, 반군 출신의 새 대통령과도 거리를 둬 왔다. 알 샤라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에 맞서 싸운 알카에다 출신이었으나, 이후 알카에다에서 탈퇴하고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이끌어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은 중동의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리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끊는 획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제재 해제 조치는 이스라엘에는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와 국경 일대에 병력을 진입시키고 공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스라엘이 시리아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포럼에서 이란을 향해서는 “더 낫고 안정된 세상을 위해 과거의 충돌을 종식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영원한 적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는다. 사실 오늘날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 일부는 과거 전쟁을 벌였던 나라들”이라며 “나는 이란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고, 그게 가능하다면 아주 기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이 올리브 가지를 거부하고 이웃 국가를 계속 공격한다면 우리는 최대 압박을 가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