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술인복지재단 대표에 문체부 관료 임명한 것을 2주만에 안 이유?

입력 2025-05-14 05:30 수정 2025-05-14 10:09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복지재단) 대표에 용산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을 지낸 정용욱 문체부 종무실장이 임명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4월 28일 임명됐음에도 2주나 경과한 지난 12일에야 대표 취임 알림 공문을 문체부 산하 일부 공공기관에 보냈기 때문이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조직도를 찾아 들어가지 않는 한 알기 어렵다. 또한 전임 대표 땐 임명 당일 보도자료를 낸 것과 차이가 크다. 실제로 예술계에서는 여전히 복지재단 대표가 공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지재단의 사례는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대표 임명 사실을 바로 발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표를 비롯해 임원 임명 과정이 지나치게 급하게 진행돼 처음부터 정용욱 신임 대표를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르면 복지재단의 임원은 대표(상임이사)를 빼고 이사장과 이사, 감사는 비상임이다. 이사장은 문체부 장관이 임면하며, 이사와 감사는 공모와 추천을 거쳐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 대표의 경우 이사장이 이사회 추천을 받아 문체부 장관 승인을 받아 임면한다. 하지만 복지재단이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법률’의 적용을 받으면서 실제로는 문체부 장관이 인사검증 과정을 거친 후보자 가운데 대표를 임명하고 있다.

복지재단은 박영정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1년간 공석이다가 지난 3월 31일~4월 7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공모 및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4월 11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복지재단의 이사 6명, 당연직 이사 2명(문체부 예술인지원팀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감사 2명과 함께 이사장으로 연극배우 이종열을 임명했다. 이어 4월 18일 새로 임명된 이사들이 참여한 첫 이사회에서 대표 추천이 이뤄졌고, 5명이 후보로 문체부에 올라갔다.

이사회에 참석한 복수의 이사에 따르면 정용욱 종무실장의 이름이 5명 가운데 가장 많은 2~3차례 추천됐다. 그리고 이사장으로 예술가가 임명된 만큼 대표로는 예술행정가가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이사회에서 조성됐다. 정용욱 종무실장을 처음부터 대표로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문체부 퇴직 관료의 산하기관 낙하산 임명에 대해 네트워킹을 활용한 원활한 사업 실행과 예산 증액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게다가 정용욱 신임 복지재단 대표가 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1996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직한 정용욱 대표는 오랫동안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국민제안비서관으로 일하다가 2023년 8월 문체부 종무실장으로 전보됐었다. 이 때문에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오는 여느 문체부 퇴직 관료들보다도 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2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으로 김상욱 직무대리를 선임한 것도 ‘알박기 인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에 있다보니 예술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문체부 예술정책관과 콘텐츠정책관 등을 역임한 김상욱 신임 전당장은 지난 2023년 8월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획운영관을 역임했으며, 이강현 초대 전당장의 임기가 만료된 지난 2월부터 직무대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전당장이 개방형 직위라 공모 과정에서 역량평가가 일반적인데도 이번에 면접으로만 평가한 것은 내부 공무원을 내정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상욱 신임 전당장이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 밑에서 본부 운영지원과장으로 보좌한 경력을 지적하기도 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