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진정 양상을 보이면서 해운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사실상 중단됐던 미· 무역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1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상호 부과했던 고율의 보복성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해운 회사들이 함대 재편에 나서고 있다. 미·중 예약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 12일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145% 추가 관세를 30%로,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로 매긴 125% 관세를 10%로 내리기로 했다.
독일 컨테이너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예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애초 소형 선박으로 운항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도 “최근 2주간 중국~미국 노선 용량의 20%를 축소했지만, 수요가 늘면 즉시 회복할 수 있다”며 운항 노선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업계에선 양국이 일부 관세를 부과했지만,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화물 예약 플랫폼 프레이트오스는 “3~4월 20%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선적량이 많았다”며 “유예 기간 동안 수요가 충분히 올라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해운 전문 업체 제네타도 “운송업체는 90일의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화물을 이동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3분기가 전통적으로 해상 컨테이너 운송의 성수기이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상품을 수입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른 성수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해운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초 2500을 웃돌았으나 관세 전쟁으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지난 9일 기준 1345.17을 기록했다. 그간 미·중 무역의 여파는 해운 운임 하락에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의 5월 첫 주 물동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은 피했지만, 물동량 회복 속도, 선박 보유량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사업 다각화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HMM은 최근 벌크선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SK해운 인수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