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 심리로 열린 이른바 ‘서천 묻지마 살인’ 첫 공판에 피해자의 부친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피해자의 부친은 “내가 사랑했던 딸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 얼굴, 그 손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숨이 막힌다. 사건 당시 곁에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죄책감이 끊임없이 밀려온다”고 울먹였다.
그는 “죽어서 딸을 만나고 싶지만 남은 가족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면서 “가해자가 몇 년 형을 받고 언젠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그때 저는 이 세상에 없을 텐데 어떻게 하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씨가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수천만원의 손실을 보고, 이후 대출이 거부되자 극심한 신변 비관에 빠지면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한 달 전부터 ‘다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메모를 남겼고, 흉기를 미리 준비해 사건 장소를 여러 차례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한 점 등을 들어 계획범죄로 판단한 것이다.
이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행이란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충남경찰청은 지난 3월 신상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씨의 이름, 나이, 얼굴을 공개했다.
이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7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