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양적완화’(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시중의 통화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를 언급해 시장이 술렁이는 가운데 이 발언이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은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은은 13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한은이 대차대조표를 확대해 본원 통화가 대규모로 공급될 경우(한은이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통화 가치 하락과 외환시장 변동, 자본 유출 증대 등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국채 발행량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한은이 돈을 푼다면) 채권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고 신용 창출 과정에서 자산시장이 과열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지난달 30일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총재가 양적완화를 언급하며 벌어진 논란을 거듭해 해소하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당시 환영사에서 “한국도 선진국처럼 정책 금리가 제로(0) 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진국처럼 제로 금리에 도달할 때를 가정해 고민하는 것이 미리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곧 한은이 양적완화 정책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는 취지로 확산했다. 실제로 당일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진보 정당으로의 정권 교체와 맞물려 부동산 폭등기가 재현될 것이다. 지금 집을 살지, 말지 고민 중인 사람은 얼른 행동하라”고 쓴 블로그 글이 부동산 투자 관련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지에서 여러 차례 공유되기도 했다.
한은은 즉각 참고 자료를 배포해 “한은이 양적완화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도 지난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나의 양적완화 언급은 중장기적 통화 정책에 관한 고민이었다“면서 ”(시장이) 왜 갑자기 지금 통화 정책과 연결짓는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