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중 관세 전쟁 휴전에 대해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며 자찬했지만, 미국 언론과 야당은 사실상 트럼프의 패배라고 혹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설에서 “이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이 있다면 시장이 ‘높은 관세 장벽이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트럼프의 망상을 철회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그 ‘황금시대’는 두 달도 못 가 끝났고, 금보다 납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는 애덤 스미스와의 무역 전쟁을 벌였고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자유무역’ 원칙을 강조하는 고전 경제학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중국과의 관세 휴전은 트럼프의 공격적 접근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세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을 뒤흔들었지만, 베이징으로부터 실질적인 양보를 이끌어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 전쟁이 중국 경제만큼이나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 유통 기업들은 트럼프에게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를 하소연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 대미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1%나 급감했지만, 동남아 국가로의 수출은 21%나 급증했다. 중국이 수출 활로를 새로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NYT에 “이번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완전한 후퇴를 의미하며, 시진핑 주석의 강경한 보복 결정이 옳았다는 점을 입증해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를 인용해 “미국이 먼저 물러섰다”며 “관세를 거의 무한정 올려도 자신은 타격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가정은 맞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중 합의와 관련해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중국이 트럼프를 이긴 것처럼 보인다”며 “트럼프는 하루는 이 정책, 다음 날은 저 정책이다. 내일은 또 뭘 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