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미루던 HD현대의 태세 전환…적극 수주 모드로 선회

입력 2025-05-13 05:00 수정 2025-05-14 16:47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 유보적이던 HD현대 조선 부문이 올해 들어서는 관련 입찰에 팔을 걷어붙이며 태세를 바꿨다.

울산 조선소 독이 꽉 차 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여유분의 생산시설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는 MRO 사업의 수익성이 신규 선박 건조 사업에 비해 낮더라도 향후 미 해군 특수선 건조 시장 진출까지 고려했을 때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화오션이 관련 시장에서 먼저 치고 나가는 가운데 HD현대가 추격에 나선 현 상황은 향후 미 해군 특수선 건조를 둘러싼 국내 조선 업계의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HD현대는 지난해 하반기 국내 최초로 미 해군 함정 MRO 입찰 참여 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선박 주문으로 작업 공간이 부족하다며 미국 MRO 시장 진출을 미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미국 보급선 MRO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내 독 캐파(수용 능력)과 사업성을 따져봤을 때 신조 함정이나 신조선 공사를 할 독을 빼서 MRO를 하는 것은 비용 대비 사업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대상 선박은 주로 보급선 같은 지원 선박인데 동남아 조선소들과 경쟁해야 할 (작은)사이즈라 비용 경쟁력에서 우리가 불리하다”고도 밝혔다.

입장 변화는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애널리스트 대상 신년 간담회에서 “올해는 2~3척 정도의 시범 사업 참여를 예상하며 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입항 후 발견되는 추가 정비 항목에 따라 계약 수정이 가능하다”며 “대형 독을 보유한 조선소라면 일정 수준의 수익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진행된 미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입찰에 처음으로 참여한 상태다.

HD현대는 우선 아시아 조선소를 대상으로 풀리는 미 해군의 비전투함 MRO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후 전투함 MRO 및 특수선 신조까지 사업 확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MRO 사업은 특수함 신조 진출을 위한 마중물 성격이 있다”며 “‘맡겨봤더니 잘하더라’는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13일 말했다.

경쟁사인 한화오션 대비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HD현대가 지난해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던 때 한화오션은 낮은 수익성을 인지하고도 미 MRO 입찰에 참여했고 수주까지 성공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에서 독이 부족해 MRO 할 장소가 없으면 당시 추진하고 있던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한 후 그곳에서 창정비를 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며 “발 빠르게 움직여 MRO 시장 진출을 먼저 준비한 당시 판단이 트럼프 2기의 조선업 부활 정책과 맞물려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7함대 MRO 수주를 두고 입찰 경쟁 중 HD현대와 한화는 올해 각각 2~3척, 5~6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