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베테랑 감독들 입지 ‘흔들’…김학범, 성난 팬심 돌릴까

입력 2025-05-12 17:15
김학범 제주 SK FC 감독이 11일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K리그1 13라운드 울산 HD와 홈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의 베테랑 지도자들이 성적 부진과 서포터즈와 갈등으로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김학범 제주 SK FC 감독은 ‘버스 막기’, ‘응원 보이콧’에 이어 서포터즈와 간담회까지 앞뒀다.

제주 서포터즈는 12일 국민일보에 “김학범호 체제에서 제주는 상대 팀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고 전술도 무색무취하다”며 “응원 보이콧은 단순히 성적 부진 때문에 벌이는 게 아니다. 간담회에서도 현재 위기를 파악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려 한다”고 전했다.

전날 제주는 울산 HD와 리그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1대 2로 패했다. 이로써 4연패에 빠진 제주는 11위(승점11·3승2무8패)에 머물렀다. 10위(승점 11·3승2무8패) 대구, 12위(승점 11·2승5무6패) 수원FC와 승점 동률로 최하위나 다름없는 성적이다.

김학범 감독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김 감독은 1992년부터 지도자 길을 걸어온 축구계 원로급 지도자다. 현역 K리그1 12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한다.

김학범 제주 SK FC 감독과 선수단이 6일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K리그1 12라운드 강원 FC와 홈 경기에서 패배한 후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제주 부임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제주 서포터즈는 6일 강원전 0대 3 완패 후 “김학범 나가” 구호를 외쳤다. 일부 팬들은 선수단 버스를 막아서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선수와 팬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울산전에선 ‘응원 보이콧’까지 일어났다. 서포터즈는 제주의 상징색 주황색이 아닌 검은색 옷을 입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걸개 설치가 가능한 응원 핵심 구역 역시 예매를 일부러 피해 거의 비워진 상태였다.

제주는 사과와 함께 15일 팬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서포터즈는 이 자리에서 구단의 비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올 시즌 구단명을 바꾸는 등 대대적으로 새 출발을 예고했음에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을 예정이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11일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K리그1 13라운드 제주 SK FC와 원정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의 지휘봉을 쥐고 있는 김판곤 감독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김 감독 역시 1998년부터 지도자 경력을 밟아온 베테랑 지도자지만 올 시즌 성난 여론 앞에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은 탓이다. 울산은 현재 3위(승점 24·7승3무5패)로 아직 상위권에 있지만 벌써 5패를 떠안아 K리그1 4연패 목표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3연패를 달성했던 지난 시즌 울산은 8패만을 기록한 바 있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김천전 0대 2 패배 후 경기장엔 “김판곤 나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제주전 승리로 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위기를 넘겼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