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식’ 홍창현이 말하는 NS전 1세트 마지막 상황

입력 2025-05-12 17:02 수정 2025-05-13 15:07
LCK 제공

11일 DN 프릭스 대 농심 레드포스전 1세트는 한 끗 차이 승부였다. 우선 DN이 38분경 바텀 한타에서 에이스를 띄우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여기서 DN의 선택지는 2개. 장로 드래곤을 사냥해 한타 승률을 높이거나, 상대가 부활하기 전에 넥서스를 일점사 해 게임을 끝내는 것. DN의 선택은 후자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잘못된 선택이 됐다. 예상보다 포탑 철거 속도가 느렸다. 쌍둥이 포탑 1개 철거까지는 성공했지만, 넥서스를 때려보지도 못한 채로 부활한 상대와 마주했다. 이 과정에서 체력 관리에도 실패한 DN은 퇴각로가 가로막혀 4데스를 당했다.

농심은 DN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장로 드래곤을 사냥하고 침착하게 내셔 남작까지 잡아 더블 버프를 둘렀다. ‘기드온’ 김민성(판테온)의 펜타 킬로 게임을 매듭지었다. 0승11패의 벼랑 끝에 내몰린 DN 선수단이 얼마나 조급함을 느끼는지, 선수들끼리 게임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다른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나머지 선수들의 콜·오더 비중을 줄이고 ‘표식’ 홍창현과 ‘라이프’ 김정민에게 운영의 키를 맡기는 기조를 다시금 상기한 DN은 이후 2번의 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역전승에 성공, 시즌 첫 승을 거뒀다.
2025 LCK 정규 시즌 2라운드 농심 대 DN전 중계화면

이겼으니 웃으면서 진 세트도 복기할 수 있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홍창현은 1세트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게임 시간이 38분경이었다. 그때쯤이면 데스 타이머가 30초가량이 된다. 우리의 라인 상황을 보니까 미스 포츈과 타워를 밀면 무조건 게임을 끝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니언 2개가 살아 있었다. 그 2개를 지키면서 챔피언들이 타워 어그로를 끌면 무조건 끝낼 수 있고, 상황이 애매해지더라도 장로 드래곤 사냥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다”면서 “나는 무조건 게임을 끝낼 수 있다고 봤다. 내가 강한 어조로 끝내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홍창현의 말대로 DN은 미니언 2개를 지킨 채 바텀 2차 포탑을 깼다. 하지만 억제기 앞 포탑을 깨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선수들이 포탑 어그로를 끌지 않은 게 문제였다. 포탑이 미니언 2개를 빠르게 잡아버리면서 공성 능력이 뚝 떨어졌다. 여기에 ‘칼릭스’ 선현빈(탈리야)이 궁극기 바위술사의 벽으로 다음 미니언 웨이브의 진입까지 막아버렸다.

홍창현은 “그 상황에서 누군가는 ‘안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거 무조건 돼’라고 말했다. 그런 얘기가 반복되면서 플레이의 디테일이 떨어졌고, 그래서 게임을 못 끝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더라도 더 디테일하게 플레이했다면 충분히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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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들의 개인 기량만 봤을 땐 결코 전패할 수준이 아니지만, 선수들의 콜과 오더가 매끄럽게 정리되지 않아서 마수걸이 승점을 따내지 못했던 DN이다. 이날 1세트 마지막 디시전메이킹 과정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은 지난 10일 저녁 스크림부터 홍창현과 김정민에게만 발언권을 주는 방식을 시험해봤다. 바로 성과를 봤다. 마침내 “팀 게임다운 팀 게임”을 해봤다는 후문이다. 바로 다음날 열린 농심전 1세트에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이후 자신들의 피드백 내용을 곱씹고서 임한 2·3세트의 운영은 이전보다 훨씬 깔끔했다.

홍창현은 “팬분들께 정말 죄송했다. 후원사인 DN그룹 분들께도 죄송스러웠다. 앞으로는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패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믿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버틸 수 있었다. 특히 주영달 국장님께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