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도 실패한 ‘명장의 무덤’ 한화… 김경문, 본격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25-05-12 16:46
김경문(가운데) 한화 이글스 감독이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5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승리한 뒤 모자를 벗은 채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등이라는 건 제 자신에겐 아픔이었다. 한화 이글스에서 팬들과 함께 꼭 우승을 하고 싶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이런 말을 남겼다. 통산 1000승을 바라보는 프로야구 대표 명장임에도 그의 가슴엔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서지 못한 한이 맺혀 있다.

한화는 올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KBO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김경문 감독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3강’을 구축한 우승 사령탑들과 치열한 순위 경쟁을 맞이하게 됐다. 베테랑 감독들의 추격을 막아내야 선두 독주 체제를 만들 수 있다.

한화(27승 13패)와 LG 트윈스(26승 14패), 롯데 자이언츠(24승2무16패)는 12일 기준 2025 KBO리그 1~3위에 차례로 올라 있다. 세 팀은 나란히 6할 이상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3강을 형성했다. 3위 롯데와 4위 NC 다이노스의 격차는 4.5경기다.

과거 한화는 ‘3김’이라 불리는 명장들의 지휘에도 씁쓸한 결과를 낳았다.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이 데뷔한 2006년 한화의 KS 준우승을 이끌었으나 우승에는 실패했다. KS 최다 우승(10회)의 김응용 감독도 두 시즌 연속 9위(2013·2014년)로 지도자 생활을 마쳤다. SK 와이번스 왕조 시절 3회 우승을 지휘한 ‘야신’ 김성근 감독은 2015년부터 세 시즌 간 한화를 맡았지만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김경문 감독은 ‘명장의 무덤’ 한화에서 역사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두산 베어스와 NC 사령탑 시절을 더해 네 차례 KS에 올라 모두 준우승했다. 감독 통산 10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우승 이력을 추가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현재로선 염경엽 LG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이 최대 경쟁자다. 넥센 히어로즈와 SK를 거쳐 LG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2023년 커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3회 우승을 경험했다.

33년 만에 12연승을 달성한 한화에 가려졌지만 LG와 롯데의 기세도 만만찮다. LG는 2019시즌부터 4위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 10경기 6승 4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한화를 추격 중이다. 팀 타율 1위(0.286)의 롯데도 10경기 6승1무3패로 분위기가 좋다.

한화는 13일부터 두산과의 3연전에서 구단 최다 14연승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상승세를 지속하는 게 선두 유지의 관건이다. 연승을 이어가면 김경문 감독의 1000승도 가까워진다. 지난해까지 938승을 거둔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27승을 더해 965승째를 채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