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시장 당선이 유력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C) 감옥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16∼2022년 필리핀 대통령을 지낸 그는 이전 다바오시 시장 시절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 집계 약 6200명, 인권단체 추정 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수감 상태에서 그가 20년 넘게 시장을 지낸 다바오시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필리핀 법에 따르면, 구금 중인 사람을 포함해 모든 범죄 혐의자는 최종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 공직에 출마할 수 있다.
올해 80세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ICC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게 되면 헤이그 교도소에서 계속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로이터는 그가 시장에 당선되면 수감 상태에서 어떻게 시장 업무를 수행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치러진 필리핀 중간선거는 상원 24석 중 절반인 12석과 하원 317석, 지방자치단체장 등 약 1만8000명을 선출한다. 두테르테의 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상원 선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2028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인 사라 두테르테는 대통령에 대한 살해 위협, 사무실 정보 자금 사용 비리 등 여러 문제로 탄핵 소추를 당했고, 지난 2월 필리핀 하원은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오는 7월 상원에서 탄핵 판결을 앞두고 있다.
상원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부통령직에서 해임되고 공직 출마 자격이 박탈된다. 그가 탄핵에서 벗어나려면 상원 24명 중 최소 9명의 반대 표를 확보해야 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