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한 뒤 “경제 살리는 ‘경제 대통령’, 시장을 살리는 ‘시장 대통령’, 민생을 챙기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의 중요성을 설명하던 중 즉흥적으로 탈북민 출신 의원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을 연단으로 불러냈다. 김 후보는 “북한에서 시장은 장마당이라 하는데, 장마당에서 ‘꽃제비’들이 배가 고파서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살았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맞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주고 받고 사고 팔고 하는 것이 자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공산당과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이유는 공산당과 수령님께서 고춧값 마늘값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가 시장에서 만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가 “우리가 북한과 가장 다른 점이 뭐냐”고 묻자, 박 의원은 “우리 시장이 자유롭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제가 ‘자유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격한 말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여러 배고픔과 억압에 고통받는 우리 동포를 우리가 구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북한과 자유통일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당은 (어디냐)”고 묻자 박 의원은 “‘국민의힘’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풍요롭게 하는 게 진보지, 가난하게 하는 게 진보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혼자 풍요로운 게 진보냐”며 “이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북한은 지상낙원을 만들어가겠다고 수십년간 외쳤지만 결과는 지옥이었다”며 “이렇게 (발언)하면 잡혀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후보가 북한과 ‘가짜 진보’를 규탄한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평소 후보가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다”며 “우리나라에서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식재료로 사용하는 현실을, 후보는 가슴아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이날 김 후보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의 현실을 접한 것도 발언의 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 설명했다. 김 후보는 앞서 새벽 5시 첫 공식 선거운동 일정으로 가락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괴로움을 듣고 물가를 살폈다. 그는 이곳에서도 “‘시장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