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조류 독감 ‘종간 장벽 넘기’…“신종 변이 감시 중요”

입력 2025-05-12 14:20 수정 2025-05-12 14:20
서울대 수의과대학 제공.

야생 조류와 닭·오리 등 가금류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조류 독감(AI·Avian Influenza)이 포유류와 사람에게 전파되며 최근 몇 년새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이며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고병원성 AI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조류에서 젖소, 젖소에서 고양이, 그리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종간 감염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 농장의 돼지에서, 올해는 영국 북동부 요크셔 농장의 양에서 처음으로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와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고병원성인 H5N1, H7N9형 바이러스 등은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5년 1월까지 950건 이상의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그 중 약 절반은 사망으로 이어졌다.

특히 H5N1형은 1959년 최초 발견되고 1997년 사람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후 아시아 국가에서도 H5N1형 바이러스가 토착화되고 인체 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H5N1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사람 간 전파 능력을 획득할 경우 치명적인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김길원)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원장 강원택)이 공동으로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외 AI 감염 현황과 팬데믹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김남중 서울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AI가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서 포유류로 종간 장벽을 넘어서는 ‘스필 오버(spillover)’ 현상과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증가한다면 사람 간 전파가 쉬운 AI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AI 유전자 재조합(reassortant)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경우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팬데믹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AI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송대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동물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주제로 AI 전파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송 교수는 “최근 캐나다에서 10대 청소년이 H5N1 D1.1 유전자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일으킨 데 이어 미국에서 D1.1 바이러스로 인한 첫 사망이 보고됐는데, 이는 미국 젖소에서 감염되어 경미한 호흡기 증상을 보였던 B3.13 유전자형과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로 향후 돌연변이로 진화한다면 사람 간 전파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두 차례나 사람에게서 중증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 사례가 있으므로 H5N1 D1.1의 젖소와 포유류 사이의 감염에 대한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상구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지난해 9월 질병청에서 발표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의 추진 경과 등에 대해 소개했다.
여 과장은 “AI의 포유류 감염이 늘어나며 팬데믹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인체 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난달 수립된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에 따라 세부 이행 계획을 실천하며 보다 구체적인 AI 대비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