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새벽,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직접 인사하며 “‘시장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이들부터 이를 사고파는 소상공인, 시민의 현실을 한 번에 살필 곳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고 김 후보는 설명했다. 김 후보는 “힘들게 밤잠 안 자고 일하는 이들의 땀이 반드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5시 선거운동의 첫 일정으로 서울 동남권 최대 농수산물 유통시장인 가락시장을 찾았다.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점퍼를 입은 김 후보는 상인들과 악수하며 “장사가 잘 안 되시죠” “요즘 어려우시죠”라는 말을 건넸다. 상인들은 “장사가 잘 안 된다” “많이 도와 달라”고 응답했다. 김 후보를 향해 응원을 보내거나 ‘셀카’를 청하는 상인도 있었다.
김 후보는 일찍 문을 연 가게에 들러 대파와 상추 등의 가격을 묻고, 일부 직접 구매도 했다. 김 후보는 약 1시간가량 청과물 상점들을 돌아본 뒤에는 가락시장 내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상인들과 함께 순대국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김 후보는 지지를 표하는 상인들과 손을 맞잡으며 “‘시장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거듭했다.
김 후보는 이후 기자들을 만나 가락시장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지표이기도 하지만, 농업에 대해서도 볼 수 있는 ‘쇼윈도’”라며 “이곳에 오면 다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농산물의 작황에서부터 그를 사고파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이 도매시장이라는 말이었다. 김 후보는 “민생의 고달픔, 하향 고착화되는 경제의 위기를 다시 반등시킬 영감을 얻고, 현장에서 직접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후보의 첫 일정에는 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도 함께했다. 김 의원은 1990년으로 당내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김 후보는 “우리 당을 미래를 향해 끌고 나갈 ‘엔진’과 ‘희망’을 상징할 인물이 김용태라 생각했다”며 “(오히려) 20대 중 한 분을 모시려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동석한 김 의원에게 “우리 당 의원 중 최연소시냐”고 물었고, 김 의원은 “맞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22일 동안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상식에 맞는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답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와 비대위 회의를 거쳐 김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는 후보 재선출 안건을 의결했으나 당원 투표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고, 결국 ‘기호 2번’은 김 후보로 결정됐다. 그 사이 김 후보는 당 지도부를 반민주적이라 비난하고 선출 취소를 무효로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당내 갈등이 증폭됐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은 식민지의 역사를 겪고, 분단을 겪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위대한 역사를 써왔다”며 “우리가 싸우는 것은 싸움을 위한 싸움인 것이 아니라, 굳은 단결과 더 높은 도약으로 가는 바탕이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내가 다시 후보가 될 줄 몰랐다”며 “매우 더러운 것 같지만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정우진 성윤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