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강근철 감독이 준우승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다음 달 열리는 마스터스 토론토에선 다른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젠지는 11일 서울 마포구 소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VCT 퍼시픽 미드시즌 결승전에서 렉스 리검 퀀(인도네시아·RRQ)을 상대로 1대 3으로 패했다.
이번 패배로 젠지는 올 6월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예선 격인 스위스 스테이지부터 경기를 치른다.
젠지에게 너무도 아쉬운 결승전이다. 젠지는 2023년부터 RRQ를 상대로 8승1패를 기록해 상성상 우위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틀 전에 맞붙은 플레이오프 승자조에서도 젠지는 RRQ를 2대 0으로 꺾으면서 자신감이 올라온 상태였다.
RRQ는 ‘잼킨’ 막심 바토로프와 ‘몬옛’ 차야 누그라하의 활약을 앞세워 결승을 주도했다. 불리한 라운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상대의 추격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반면 젠지는 수적 우위를 점한 라운드에도 RRQ에게 경기를 내주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경기 후 기자실에서 만난 강 감독은 “준우승도 안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이길 수 있는 결승전이라고 생각해서 더욱 아쉽다”면서 “작은 실수 때문에 졌다. 마스터스에서는 잘 보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총평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혜성 코치 역시 “졌으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다. 경기력도 아쉽다”면서도 “멘탈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많이 배웠다. 그나마 수확을 얻은 대회”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구체적인 패인(敗因)을 묻자 “큰 대회이고 결승전이다 보니까 (선수단이) 긴장한 듯했다. 우리가 잘했던 경기 방식이나 스크림(연습경기)과는 다르게 자잘한 실수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8점 차를 1점 차까지 좁힌 2세트 ‘어센트’에 대해서는 “선수단의 퍼포먼스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우리가 첫 맵을 이겼는데도 자연스럽지 못한 플레이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스테이지1 리그에 대해서는 “못하진 않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가 조별 리그에서는 강한 팀이라고 보기엔 부족했지만, 플레이오프만 진출하자는 마인드로 매 경기 임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어차피 1~3등은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선수들도 경기 결과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먼치킨’ 변상범은 “져서 아쉽다. RRQ가 준비를 잘해왔고 자신감이 넘쳤다”면서 “확실히 ‘크레이지 가이’ 응오꽁안이 합류하고 나서 바토로프의 폼이 더 올랐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서 플레이하지 못했고 RRQ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카론’ 김원태는 “이번 대회가 좋은 경험이었다”며 “작년엔 우리가 ‘메타의 선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연도에 들어서서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수준이 오른 만큼 국제대회에서 퍼시픽 팀이 우승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마스터스를 위해 준비를 잘하면 또 다른 결승전에서 똑같은 실수를 안 할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텍스처’ 김나라는 “아쉽지만 e스포츠 월드컵(EWC)이나 마스터스 토론토처럼 다른 대회에서의 기회는 많다. 이러한 패배조차도 경험이다”며 “지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RRQ가 우리보다 잘했고 우리는 더 못했다. 다음번에 만나면 이기겠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