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솔랭처럼 하자”…11연패 깬 DN의 해답

입력 2025-05-11 19:19 수정 2025-05-11 22:54
LCK 제공

“솔랭(솔로 랭크) 하듯이 하자.”

흔히 팀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질 때 전문가들은 “솔랭처럼 한다”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DN 프릭스는 반대였다. 어설픈 콜과 오더 체계를 유지하느니, 솔로 랭크처럼 게임 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게 나았다.

DN은 1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농심 레드포스에 2대 1로 역전승했다. 4위 팀을 제물로 삼아 11연패 뒤 첫 승을 거뒀다.

바꾼 오더 체계가 승인이다. 경기 전날인 10일 저녁 스크림부터 ‘표식’ 홍창현과 ‘라이프’ 김정민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발언권을 대폭 줄였다. 고작 3판의 표본이었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이날 농심 상대로도 같은 체계를 유지한 게 좋은 결과를 나았다.

홍창현에 따르면 이들이 콜과 운영 시스템을 바꾼 건 10일 오후 스크림 완패 때문이다. 늘 그렇 듯 모두가 시끄럽기만 한 시장통 오더가 문제였다. “처참하게” 졌던 이들은 피드백을 통해 “콜을 하지 말자, 솔로 랭크 하듯이 하자”는 결론을 냈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홍창현은 “오후 스크림을 처참하게 진 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건 ‘라이프’ (김)정민이었다. 운영도, 한타도 점멸 체크 정도만 하고 결정은 나와 정민이가 해보기로 했다”면서 “저녁 스크림을 그렇게 해봤더니 반년 동안 했던 스크림 중에 가장 퀄리티가 높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표본은 고작 3판이었지만, 선수들은 처음으로 팀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DN은 힘센 사공이 너무 많은 팀, 그러나 베테랑 항해사는 없는 팀이었다. 차라리 각자 노 젓기에만 충실한 게 더 나았다. 홍창현은 “서로가 신경을 너무 많이 써준다고 느꼈다. 팀원들이 제안을 하면 서로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을 못 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LCK 제공

바꾼 운영 체계는 이날 시즌 첫 승의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홍창현은 “우리도 확신은 없었지만 막상 체계를 바꿔보니 게임이 잘 됐다”면서 “팀 게임다운 팀 게임을 어제와 오늘 해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다음 주에 붙는 강팀들(젠지·한화생명)은 이미 이런 경기들을 습관처럼 해온 팀들이다. 우리와 디테일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설령 지더라도 상대가 잘해서 졌다는 생각이 들어야지, 우리가 처참한 경기를 펼쳐서 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끔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LCK CL로 센드다운 됐을 당시의 심경도 밝혔다. 앞서 정민성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자 ‘불독’ 이태영에 이어 홍창현까지 센드다운하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결과적으론 패착이 됐다. 홍창현은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의 소통 문제는 누군가가 와서 바꿀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연패 중이니까 변화를 주려고 했던 의도는 알았지만,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LCK CL 경기에서 POG로 선정된 뒤 인터뷰에서 센드다운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그런 인터뷰를 하고 나서 감독님께 특히 죄송했다. 당시에는 ‘이게 맞나?’하는 심정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정 감독은 옆에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