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직속기구인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회’(화합위)가 11일 공식 출범했다. 화합위는 대선 정국에서 국민통합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협약식에는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인 박용진 화합위원장을 비롯해 정성호 국가인재위원장,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 정은경 선대위원장, 김민석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를 아우르는 구성으로, ‘원팀’ 기조를 강조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언론은 저를 ‘비명계’라고 부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비명과 친명을 나눌 이유가 있겠나”며 “국민이 바라는 가장 중차대한 과제는 내란 종식과 정권 교체,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들은 낮이면 싸우고 밤이면 분열하지만, 우리는 밤낮으로 단결하고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영상 축사를 통해 “우리 민주당이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서 묵묵히 당을 지켜온 당원 덕분”이라며 “민생과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에서 함께해주신 당원 동지들이 민주당의 주인”이라며 “이제 함께 새로운 봄을 맞이하자”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역사를 거론하며 정통성도 부각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우리 민주당은 언제나 앞장서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의 길을 만들어왔다”며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IMF를 극복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지역주의·권위주의를 타파했으며, 문재인 대통령과는 한반도 평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민주당의 위대한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1988년 총선에서 내건 슬로건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다”며 "홍보물엔 ‘우리가 모두 사람답게 살려면 민주주의 파괴자들을 결연히 심판하고 물리쳐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문구가 지금도 그대로 적용되는 거 같지 않냐”며 “우리도 이 과제를 눈앞에 놓고 있다. 민주주의 파괴자를 놓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폐지 줍는 어르신이 없는 대한민국, 위기의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다시 보지 않는 세상을 화합위가 만들겠다”며 “대선을 통해서 반드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겠다”고 밝혔다.
화합위는 플랫폼 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가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을 주요 의제로 선거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위원회 명칭인 ‘사람 사는 세상’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한 표현으로, 민주당은 이를 통해 국민통합 메시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