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글로벌 인기로 고속 성장 중인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내수 위축과 미국발 관세 부과 우려에도 안정적인 해외 실적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달바글로벌은 12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청약을 마무리한다. 앞선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가 희망 밴드(5만4500~6만6300원) 상단인 6만63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달바글로벌은 오는 22일 코스피 상장 예정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8000억원이다.
2016년 뷰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달바글로벌은 프리미엄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달바(d’Alba)’를 중심으로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 65%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 3091억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이 45.6%에 달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5000만병을 돌파한 주력 제품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등의 활약을 기반으로 2028년까지 매출 1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미박스도 지난해 5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절차에 돌입했다. 미미박스는 2012년 뷰티 구독 서비스로 시작해 ‘아임미미’, ‘누니’, ‘아이듀케어’ 등 자체 브랜드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세포라와 공동 개발한 ‘카자(Kaja)’, 뷰티 크리에이터 포니와 함께한 ‘포니이펙트’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9% 성장한 33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 설립된 비나우도 내년 IPO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비나우는 스킨케어 브랜드 ‘넘버즈인’과 메이크업 브랜드 ‘퓌’, 헤어케어 브랜드 ‘라이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배 이상 성장한 266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750억원으로 같은 기간 3.1배 급증했다. 비나우를 눈여겨본 국내 사모펀드(PEF)들이 약 6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CJ온스타일도 최근 3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IPO에 성공한 화장품 브랜드 마녀공장은 최근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인수했다. 마녀공장 운영사 엘앤피 코스메틱은 특수목적법인(SPC) 케이뷰티홀딩스에 지분 51.87%을 약 1900억원에 매각했다. 2023년 6월 코스닥에 입성한 마녀공장은 상장 첫날 공모가(1만6000원))의 배인 3만20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이어 상한가(4만1600원)를 기록하며 ‘따상’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조 단위 대어’로 등장해 성공적으로 상장한 뷰티 테크기업 에이피알은 지난 9일 기준 공모가 배 수준의 높은 주가(10만2700원)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7228억원으로 화장품 대기업인 애경산업의 매출(6791억원)을 뛰어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는데, 이는 성수기인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성과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적인 상장의 배경에는 꾸준한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발 관세정책 불안 속 경기 둔화, 원가 상승 등의 열악한 경영 환경에서도 해외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화장품 수출의 절반이 중소 브랜드에서 이뤄지고 있고 올해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K뷰티에 우호적인 만큼 성장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에 나선 뷰티 기업들은 품질 경쟁력, 상품 기획력은 물론 SNS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다”며 “이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고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향후 K뷰티 산업의 중심축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