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대선 후보 재선출을 시도하다 당원 투표 결과 무산된 데 대해 친한(한동훈)계 국민의힘 의원 16명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11일 정계에 따르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밤 당 대선 후보를 한 대행으로 교체하는 데 반대한다는 전 당원 대상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임시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대선 후보를 일방적으로 교체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는 잘못된 결정이다. 권 원내대표도 사퇴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 성명에는 조경태 송석준 김성원 서범수 박정하 김형동 고동진 김예지 정연욱 안상훈 박정훈 정성국 한지아 진종오 우재준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본인이 공언했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많은 당원의 신뢰를 저버렸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후보를 기습 교체한 것은 정당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우리는 (당 대선 후보 기습 교체라는) 비민주적 의사 결정에 강력하게 항의한다. 선출되지 않은 임시 체제인 비대위가 당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월권행위를 한 것은 애초부터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또 “당원 투표를 통해 이 또한 입증됐다. 비대위는 무리한 결정으로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주고 대선에서도 큰 악재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 당은 신속하게 재정비해 대선에 매진해야 한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사퇴만으로는 그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 대선까지 원내 일정도 거의 없어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더라도) 후유증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치를 통해 엉망이 된 당내 민주질서를 회복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발판을 재건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11시간에 걸쳐 전 당원 대상으로 당 대선 후보를 한 전 대행으로 교체하는 데 대한 의견을 ARS 방식으로 물었다. 지도부는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후 11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확인한 투표 결과는 반대였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당 대선 후보 지위를 잃었던 김 후보는 즉각 되찾았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의를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는 권성동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