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우 같은 사람이 되도록 하십시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경남 의령에 방문해 지역 지지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의령 출신인 곽재우 장군은 문과에 급제했지만, 선조를 비판한 답안지로 합격이 취소되고 낙향했다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조직해 일본에 맞선 의병장이다.
이 후보는 “여기가 곽 장군의 탄생지다. 너무 영광스러운 고장”이라며 “그런데 왜 요새는 그쪽을 많이 찍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머슴으로 뽑혔으면 국민을 위해서 총력을 다해야 되는데,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겨누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여기도 제가 20%도 득표를 못 했다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좀 다를까”라며 “여러분이 맡긴 세금, 여러분이 맡긴 권력으로 여러분을 위해서만 일할 충직한 머슴들, 일꾼들을 뽑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 한덕수 선생을 위해서가 아니고, 여러분을 위해서 여러분을 위한 선택을 하시라는 말씀”이라며 “그래야 여러분이 산다. 곽재우 같은 사람들이 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텃밭인 의령에서 곽 장군을 언급한 것은 곽 장군의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조를 비판하고 왜란에 맞선 곽 장군처럼, 12·3 비상계엄과 결부된 후보가 아닌 자신에게 표를 달라는 것이다. 정조를 전공한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임진왜란만큼이나 어려운 시기”라며 “이런 시기에 결국 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국민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부쩍 자신을 정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선조에 빗대고 있다. 지난 2일 강원도 철원에선 “똑같은 조선 왕인데 선조는 (백성에) 무관심하고 이상한 짓 하다가 외환을 불러왔다. 백성을 사랑한 정조는 일을 밤낮없이 잘하다 보니 탐관오리들이 (나쁜 짓 할 수 없게) 막았다”며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세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포항에서도 선조와 정조를 비교하며 “리더는 국정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니다. 머리를 빌려도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정부를 겨눴다.
이 후보는 선조와 정조 등과 관련해 주변 의원들과도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선조는 무능해 왜적의 침입을 받게 하고 국가를 파탄낸 반면, 정조는 뛰어난 정치력과 리더십, 애민의 마음으로 중국을 뛰어넘는 문화 수준, 실용주의를 통한 경제적 발전을 일궈냈다”며 “정조 같은 리더십으로 정조 시대를 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배경이 담긴 메시지는 선대위 차원이 아닌 이 후보 본인이 직접 쓴다고 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역사에 관심이 많다”며 “유세를 위해 찾는 지역마다 본인이 직접 역사적 인물을 찾아내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