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 현악 4중주단 가운데 하나인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동기 네 명이 창단했다. 1977년 프랑스 에비앙 현악4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은 이들은 이후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3번의 그라모폰상과 1번의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하는 명예의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타카치 콰르텟은 1983년 제1바이올린 주자 에드워드 듀진버리가 미국 콜로라도 음대 교수가 된 것을 계기로 근거지를 콜로라도주 볼더로 옮겼다. 이후 타카치 콰르텟은 콜로라도 음대 상주 현악4중주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창단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예르만 오리지널 멤버이고 나머지는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2020년 은퇴한 비올리스트 제랄딘 월터의 후임으로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합류하면서 한국에서 한층 친숙해졌다.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타카치 콰르텟이 오는 16일 세종, 17일 익산, 18일 제주, 20일 서울 등 4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가진다. 이들은 내한은 2006년을 시작으로 네 번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멤버로 영입한 뒤로는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언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창단 멤버인 안드라스 페예르는 “기술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어떤 곡을 연주하든 그 안에서 적절한 캐릭터와 표현을 찾는 것이 4중주단의 가장 큰 과제다. 위대한 작품들이 더욱 진실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준히 토론하고 연습하고 있다”면서 “올해가 ‘50’이란 의미 있는 숫자가 된 것은 그 노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리처드 용재 오닐은 “현악4중주단은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2020년에 이 콰르텟의 일원이 된 것은 큰 영광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타카치 콰르텟은 하이든 현악4중주 66번 Op.77-1, 힌데미트 현악4중주와 소프라노를 위한 ‘멜랑콜리’, 라벨 현악4중주 F장조를 프로그램에 올린다. 힌데미트의 ‘멜랑콜리’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아티스트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중인 소프라노 박혜상이 함께 한다.
페예르는 “다섯 번째 연주자가 함께하는 작업은 신선한 자극이다. 함께하는 연주자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리허설의 밀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용재 오닐은 “박혜상 씨는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섬세함을 지닌 연주자다. 현악4중주에 성악이 더해지는 힌데미트의 ‘멜랑콜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